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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02-03 17:37
습관과 업습
 글쓴이 : 수산
조회 : 2,924  

 

                                        습관에 대하여

                                                                                                 조정제

1. 몽테뉴의 습관에 대하여

몽테뉴의 수상록(Les Essais)은 서구에서 ‘에세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함으로써 문학에 새 장르를 열었다. Les Essais라는 불어는 ‘에세이집’이라고 번역해야 옳을 것 같으나 내용이 우리나라 수필과 달리 철학적인 데가 많아서 수상록이라고 번역한 것 같다.

그의 에세이집은 “뭣에 대하여” 라는 제목이 많다. 무위(無爲)에 대하여, 습관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등등 철학적인 소재를 많이 다룬다. 그러다 보니 1인칭 수필의 경험적인 감상담이 위주가 아니라, 나는 제3자적인 관찰자가 되어 객관적인 입장으로 나의 사고와 식견을 풀어서 널리 소재를 분석하고 진단한 것이어서 칼럼이나 평의(評議)한 논문에 가깝다. 글쓰기도 심미적이고 감상적인 표현보다 논리적이고 실증적인 전개에 치중하고 필요시에 과감하게 사실적인 자료와 사례를 많이 인용하고 있다. 그의 <고독에 대하여>에서는 인용이 18군데나 되고, <습관에 대하여>라는 글에서는 인용이 10군데, 주해가 9개나 된다.

그 중에 <습관에 대하여>라는 토픽이 흥미롭다. “양심의 법칙은, 천성으로 타고난다고 하지만, 역시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옛날에 크레테인들은 사람을 저주하려고 할 때에는, 그 놈에게 고약한 버릇을 붙여주라고 신에게 빌었다고 한다. 그러나 습관의 위력은 그것이 우리를 꽉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습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하여 그 명령을 의지에 의해 판단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실로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젖과 함께 여러 가지 습관을 빨아 먹기 때문에 우리는 태어나면서 이러한 길을 걷게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의 가장 큰 부덕은 어린 시절 싹트는 것이다.” “습관은 우리의 판단력과 신념까지도 좌우한다.” “습관은 우리에게 사물의 참된 모습을 볼 수 없게 하기도 한다.” 더러는, 사회적 관습을 인용하여 흥미를 돋운다. “어떤 고장에서는 남자들이 짐을 머리에 이고 여자는 어깨에 지는 풍습이 있다. 여자들은 서서 오줌을 누고, 남자는 구부리고 앉아서 눈다.”

2. 습관과학

몽테뉴는 1533년에 태어나 1592년 60세의 일기로 삶을 마감하였다. 이글은 약 400여 년 전에 쓰인 글이지만 지금 읽어봐도 논리적이면서도 생각할 시사점이 많고 흥미진진하다.

20세기 들어 습관형성에 대한 연구가 선진국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듀크, MIT, 하버드, 예일, UCLA 등 미국의 주요 대학은 물론이고 영국, 독일, 화란 등과 기업체의 연구소들이 달려들어 습관의 신경학과 심리학 연구에 열을 올려서 이제 습관과학이 궤도에 진입하고 습관학이 기초를 다져가고 있다.

듀크대학교의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 행동 중에 약 45%가 습관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여 몽테뉴의 습관 분석 내용을 적절히 뒷받침하고 있다. 습관은 자주 또는 매일 반복되는 행동이고 이런 반복이 쌓이다 보면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실제로는 특정시점의 계량적인 45% 수치 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작용을 끼칠 것이 확실하다.

1990년대에 들면서 MIT연구자들은 기저핵(basal ganglia)이라고 알려진 신경조직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습관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기저핵은 여러 세포들로 구성된 골프공 크기의 타원형 조직으로 얼마 전까지도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인간의 뇌구조에서 사고와 의사 결정 등 의식 계통은 대뇌, 특히 전전두엽에서 관장하고, 습관과 무의식적인 행동은 기저핵에서 통제한다. 전전두엽은 이마 바로 뒤쪽에 있고 기저핵은 전전두엽의 더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피아노나 드럼 등 수많은 연습을 통하여 자동적으로 손이 움직이는 기능도 무의식 속에 기억되어 즉각적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습관이 형성되고 나면 뇌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걸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 그러니 대뇌 속에서 다른 부분이 마비되어도 기저핵 만 살아 있으면 우리가 습관대로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다.

습관은 목적에 따라, 개인적 습관, 기업의 풍토, 사회적인 관습 등으로 나눠볼 수 있고, 개인적인 습관도 육체적 습관, 정신적인 또는 마음의 습관, 그리고 영생(永生)의 습관으로 나눌 수 있다.

육체적 습관으로는 당뇨병, 고혈압, 위장병, 뇌졸중, 척추 병, 암 등의 성인병은 흡연, 과식과음, 운동부족 또는 편협 된 운동 등 잘못된 습관의 반복에 의해서 발생한다. 그래서 프랑스는 이들 성인병을 습관관련 병, 영국은 생활행태관련 병(life style-related disease), 독일은 문명병이라고 부른다.

정신적인 습관도 일정한 태도나 자세를 꾸준히 지속하고 반복함으로서 굳어진다. 사람들의 성격(character)도 천차만별하다. 돈키호테 같이 즉흥적이고 저돌적인 사람도 있고 햄렛(Hamlet) 유의 신중하고 우유부단한 사람도 있다.

3. 습관과 업습(業習)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세 살 나이에 뭐 그리 버릇이 많이 형성되었을까? 어쩌면 전생의 버릇이 현생으로 이어진 것이 더 많지 않을까.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같은 음악신동이 어릴 때에 작곡을 하고 연주를 하고 한번 들은 곡을 다 외우는 것을 그 어린 나이에 노력하여 얻은 결과라 할 수 있을까. 이창호나 이세돌 같은 바둑 천재도 그러하다. 그러면 사람이 죽은 뒤에 그 재능과 습관이 어떻게 후생(後生)에 이어지는 것일까. 내가 죽으면 나의 육신도 죽고 뇌도 기능을 멈춘다. 그리고 나의 기저핵도 없어지고 나면 그 속에 저장된 습관도 무의식도 사라지는 것일까.

프로이드(Sigmund Freud, 1856~1939)는 서양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인간의 의식 밑에 무의식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의 제자 칼 융(Carl G. Jung, 1875~1961)은 프로이드의 이론이 개인적인 무의식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밑에는 집단적인 무의식이 존재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미국의 뇌과학자 존 C 릴리 박사(1915∼2001)는 내적 체험의 기록에서 심층의식의 가장 깊은 데에 우주적인 기억층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자, 그럼 기저핵은 사후에 죽어 없어지지만 그 무의식 그릇 속에 내장된 습관과 기억 등은 무의식 형태이기 때문에 육체의 생존여부와 관계없이 우주 허공법계의 무의식과 동질적인 것이어서 상존(常存)하고 서로 통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업장 또는 업식(業識)은 어떠한가. 선악의 행동은 내 의지이지만 그 행동은 고스란히 내 안에 흔적을 남긴다. 그러한 선악의 반응들이 계속 반복하게 되면 그 흔적은 습관으로 굳어진다. 이것이 업의 습관, 곧 업습(業習)이다. 기도·서원의 원력(願力)도 오랫동안 습관같이 굳어진다면, 이들 습관 모두다 기저핵의 무의식 속에 저장될 것이다. 아직 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뇌가 과학상식으로 행동한다면 그럴 것만 같다. 그러니 기저핵이 불교에서 말하는 업의 창고, 업장(業藏)이고 그 속에 제8식 아뢰아식이 내 노라하고 잠복하는 것이리라.

예일대 셀리 케이건 교수는 그의 <죽음(Death)>이라는 저서에서 <나는 왜 내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죽음 후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을 판별할 때 육체의 동질성 여부가 아니라 인격적 동질성에서 찾고 있다. 사후에도 인격만 동일하면 같은 ‘나’라는 주장이다. 육체중심의 물리주의자는 인격 콘텐츠를 추출하여 인공뇌에 이식했다가 다시 내 인격을 그대로 옮겨놓은 인공뇌를 이식받을 수 있다면 인격이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고 영육(靈肉)의 이원논자들은 인격이 비물질적인 영혼 속에 살아있다고 본다면, 양자 모두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관점이라고 했다. 여기서 그는 그 인격의 콘텐츠를 믿음, 기억, 욕망, 목표 등의 집합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셀리 케이건 교수의 인격집합체는 두뇌각도에서 보면 기저핵에 갈무리된 습관, 업습 등의 습성(習性)집합체로 봐도 무방할 거 같다. 불가에서는 이 인격체를 개령(個靈)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불멸의 나요 내 인격체로서 소위 윤회 주체이다.

4. 새 습관 길들이기

이제 습관의 힘을 습력(習力)이라고 하자. 그러면, 업의 힘은 업력(業力), 그리고 기도·서원에 의해서 뭉쳐지는 힘은 원력(願力)이다. 그중에 일상의 습력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기저핵에서 통제된다는 점이다. 업력과 원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모두 무의식으로 작동하고 오랜 반복에 의해서 형성되는 점으로 보아 그 성질상 기저핵에서 통제될 것이라고 추론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 증명은 미래 과학의 몫이다.

그러면 이들 세 가지 습력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이 필요할 것인가. 처방은 세 가지 모두 무의식과 반복이라는 속성이 유사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협의의 습관 길들이기 방법을 원용할 수밖에 없다.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의 <습관의 힘>에서 인용한 MIT의 쥐 연구를 통하여 확인한 바에 의하면, 습관은 신호-반복행동-보상의 3단계 습관 고리로 이뤄진다. 보상이 적절하지 않으면 뇌가 호응하지 않는다. 3단계 연결고리는 시간을 두고 반복하게 되면 신호와 보상이 서로 얽혀 강렬한 기대감과 욕망까지 나타나면서 습관이 탄생한다. 새 습관 만들기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작은 습관부터 시작하되 시간을 충분히 허여하고 보상을 충실히 자주 하기를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이제 끝으로 내 습관의 역사 줄거리를 더듬어보자. 나는 중학교 다닐 때 소심하고 내성적인 데다가 예쁘장하게 생긴 계집애 같다는 말이 듣기 싫었다. 과거 일에 매달려 후회하며 연연하는 성격도 싫어 고교시절엔 장부의 의지력을 키운답시고 하루도 빠짐없이 냉수마찰을 했었다. 그 시절에 얼굴엔 여드름이 쑥밭을 이루었으나 그냥 생각 없이 이마와 두 뺨을 뜯어서 얼굴 세 군데에 흉터를 남겼다(혹 관심 있는 분은 저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시오. 아직도, 호랑이 수염이 가리고 있긴 하지만, 처절한 전장의 상흔을 탐색할 수 있을 것이외다). 드디어 고교 3학년 때의 영어시간.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뻔쩍 들었더니 가까이 다가와 내 얼굴을 유심이 보던 선생님이 “우리학교에서 제일 흉한 녀석”이라고 공개리에 선언했다. 그제야 장부가 되는 구나 희열이 넘쳤다. 그 뒤 성인이 되도록 마음을 다잡았더니 어지간하면 잊고 싶은 지난 일은 깨끗이 잊고, 현재에 충실 하는 장부의 근성이 붙었고,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려는 의지력도 생겼다.

최근에는, 노인네 주제에 오랫동안 굳어진 허리인데 늦게야 S자 허리의 복원운동을 한답시고 아침마다 요가를 하고, 가슴을 내밀고 걷는 둥 수선을 떨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에는 가만히 서있지 못하고 허약해진 다리와 장딴지 근육의 보강을 위하여 굴신운동을 한단다. 꼴불견이다.

마음 내면의 세계는 어찌하랴. 무의식 속에 쌓여 굳어있는 여러 층의 나쁜 습벽을 비우고 하나라도 더 고쳐보자. 내일을 위해 내생을 위해 지금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나에겐 새 희망이 넘친다.

                                      

 

 

 


수산 15-02-03 17:44
 
전번에 강의 한 것을 서양식 에세이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좀 무거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어보입니다.
수산 15-02-06 05:45
 
처음 글이 너무 무거워서 좀 손을 보았어요.
이글은 에세이스트에 실을 예정이라 원불교나 불교 색갈을 줄였답니다.
맨 끝에는 나의 습관 체험기라고 할까, 가볍게 매듭을 지었습니다.
이선조 15-02-07 17:48
 
좋은  글 이라고 평 할것 을 예상 합니다.
감사 합니다.
수산 15-02-07 20:36
 
교감님. 감사합니다. 이글은 깨달음으로 풀어가기보다 가능한 과학적인 접근을 원용해서
설명하려 시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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