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하지 맙시다
이대연
지난 주 예회가 끝난 후 법위향상훈련 점검표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법마상전급의 점검 내용에 “무관사에 동하지 않는다”라는 항목에 대해 예전에 감각된 바가 있어서 피력해 본다.
원불교는 칭찬을 하지 않는 종교다. 칭찬을 하면 그 사람이 받을 복의 절반을 받아버리게 하여 복을 쌓아가지 못하게 만든다는 법문 말씀도 있고(정산종사법어 무본편 37장), 남의 일에 칭찬한다는 것은 무관사에 동한 것이 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이런 감상을 얻은 것은 재작년인가. 내가 인터넷 법문사경 1년 개근상을 받게 되었을 때였다.
말이 1년 개근이지 1년(실은 1년 하고 11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법문사경을 해 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쁜 나머지 교무님께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로 이 소식을 알렸다. 내심 “참 잘 했어요”라고 칭찬해 주시리라 기대하면서...(좀 부끄,부끄) 그런데 기대와는 전혀 반대로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좀 신경질이 나서 괜히 애꿎게 당시 교도회장이시던 화산님께만 “아니, 1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는 것은 대단한 것 아닙니까?”하고 투정을 부렸다.
그러나 얼마 후 바로 이 무관심은 나의 복전을 깎아 먹지 않으시려는 깊은 배려와, 나의 1년 개근은 나 이외의 분에게는 무관사일 테니까 그러셨겠구나 하는 깨침을 얻었다. 그래서 그 다음해 2년 개근상을 받았을 때는 정말 조용한 평상심을 가질 수 있어서 내심 나는 나의 진급된 법력(?죄송)에 뿌듯해지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진급을 확인시켜 준 일이 생겼다.
작년, 총부에서 법문사경 체험수기 공모를 한 적이 있었다. 수상작품집도 만들고, 인턴넷방송으로 중계된 시상식에는 교정원장님, 여자수위단 중앙님도 참석하신 나름 꽤 비중 있는 행사였다. 우리 교당에서도 교감님이 한 단에서 4편 이상씩 내야 한다고 독려까지 하신 바 있다. 거기에 내 수기가 비록 1명의 대상과, 5명의 우수상에는 들지 못하였지만 장려상에 입상되었다.
그런데 교당에서는 교당 회보의 공고란에 “이대연님이 법문사경 수기 공모전에 입상하였습니다”라는 딱 한 줄의 공고 글로 끝이었고, 격려의 말씀 한 마디 없으셨다. 또 몇몇 교도분이 수기 내용을 궁금해 하시기에 교무님께 이메일로 작품을 보내드렸지만(회보에 실어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너무나 조용히 그냥 지나가버렸다는 결과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렇지 않게 지날 수 있었다. 그동안의 마음공부 덕이었을까? “나의 복이 깎이지 않는 데 감사하자. 나의 일이란 결국 남에게는 동해서는 안되는 무관사일 따름이다.” ---상당히 큰 깨침이 아니겠는가? (2017.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