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은 자유
남 들이 다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을 필요 없다고 고집 부리다가 얼마 전 부터 나도 핸드폰을 갖게 되었다.
들고 다녀보니 편리함도 있지만 완전히 족쇄 수준이다.
핸드폰에서 문자가 오면 신호를 주는데 요즘은 슈퍼마켓에서, 백화점, 면세점,부동산, 광고 ....
별 별 곳에서 문자를 보내어 짜증이 난다.
오늘도 문자 신호가 자꾸 울려서 일을 하다가 안방으로 가서 핸드폰 두껑을 열어보니 " 행복한 밤 되세요 명산 합장"
이라고 쓰여진 메세지였다.
에이! 하면서 두껑을 닫으려는 순간 끝머리의 "명산합장"이란 글짜가 뇌리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아닌가.
"합장"이란 말은 광고나 보통사람들이 잘 쓰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혹시 우리 교감님이신가 하고 생각하니
그때부터 괜히 가슴이 콩당콩당 뛰기 시작했다.
교감님이 왜 나한태 문자를 보내셨을까
다른 교도들에게도 보냈을까.
부임하신지 얼마되지 않았고 더구나 남자 교무님이시라 비위가 없는 나는 아직 말도 건네 보지도 않은 그런 어려운
스승님이 신데 그 일을생각하느라 하루종일 싱숭생숭하다.
우리 단원들 에게도 보내셨는지 물어 보려 해도 혹시 보내지 않으셨으면 괜한 오해가 생길것 같고 속으로만 고민
아닌 고민에 빠졌다.
나는 문자 메세지를 보낼줄도 모르니 답장도 못하고, 전화를 하기도 자신이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법횟날이 되었다.
진성형님이 옆에 앉으셔서 살짝 "우리교감님이 명산님 맞지요 " 하니 그렇다고 하시는데 형님의 표정으로 봐서는 문
자를 받은것 같지 보이지 않았다..
법회를 마치고 뒤를 돌아보니 도인씨가 있어서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대뜸 "교감님한태 행복한 밤 되세요.
문자 왔더라
자기한태도 왔어?"
그럼 그렇지. 나는 왔더라고 허연듯이 대답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실망스런 마음은 왠 일 인가.
나이 60인 나는 남여를 막론하고 문자 메세지를 받아본 사람은 교감님이 처음이었으니 지레 오해를 하는 어리석음을
범한것이 아닌가.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했는데, 잠깐 내 마음이 산란해져서 스승의 도 를 잊어버리고 일주일을
착각속에서 "행복한 밤 되세요" 일곱 글자 때문에 설래었나보다.
착각은 자유라고 하더니 나보고 하는 말 인것 같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교당 전 교도에게 다 보낸것을 !!!!
100 여명 교도 중에 으뜸 바보. 으뜸 어리석은 자가 내가 아닌가.
참 이리 순진해가지고서야 나이 헛 먹었지 혼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2007년 9월 잠실교당 수행일기중에서
이번에 우리 분당교당에 부임하신 교감님께서 모든 교도님들 한분한분 의 이름을 적어주시며 인사 메세지가 오셔서
옛날 생각이나서 우리교도님 몇분에게 기분이 어떠하셨냐고 물었더니 연세가드신 중타원님 길타원님 모두 기분은 좋다고 하셨구요 몇백명에게 다 보내시느라 얼마나 힘드셨겠냐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교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