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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10-19 23:09
은혜의 핵
 글쓴이 : 이선조
조회 : 1,681  

윗사람에게서 싫다고 느낀 것을 아랫사람에게 부리지 말 것이며, 아랫사람에게서 싫다고 느낀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 것이며, 앞사람에게서 싫다고 느낀 것을 뒷사람에게 먼저 하지 말 것이며, 뒷사람에게서 싫다고 느낀 것으로 앞사람을 따르지 말 것이며, 오른쪽 사람에게서 싫다고 느낀 것을 왼쪽 사람에게 건네지 말 것이며, 왼쪽 사람에게서 싫다고 느낀 것을 오른쪽 사람에게 건네지 말 것이니, 이것을 일컬어 혈구지도(絜矩之道)라고 한다.<대학(大學)에서>

 

 

은혜의 핵폭탄

 

 

대학생 시절에 존경하는 법사님께 질문을 했다. “은혜란 무엇입니까라고. 학생 때는 경험이 일천하여 종교적 가르침이 관념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여쭤본 것이다. 도대체 은혜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실감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 분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활동하신 분이었다. 그래서 마침 미국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꺼내 주었다.

 

어느 날 미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자동차에 펑크가 났다. 그런데 차안에는 타이어를 바꿔 끼울 수 있는 장비가 없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누구 하나 눈길을 보내주지 않았다. 한참을 그러다가 지칠 무렵, 어느 부인이 차를 세우고 다가왔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부인은, 마침 내 차에는 장비가 있으니 그것을 사용하라고 했다. 그 차안에서 공구를 꺼내 펑크 난 타이어 대신 새 것으로 바꿀 수 있었다. 부인은 타이어 교체가 끝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다 끝나자 부인에게 물었다.

 

 “이 은혜를 갚고 싶은데 주소라도 알려주시면,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부인은,

 “제게 은혜를 갚는다는 말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만약 진정으로 은혜를 갚고 싶다면, 혹시 도로에서 이러한 일을 당한 분이 있으면, 제가 한 것처럼 해주십시오. 그것이 제게 은혜를 갚는 길이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웃으며, 가던 길을 다시 떠났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차를 세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어떤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고, 또한 비상상황이 아닌 한 일반차량은 차를 멈추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런데 그 부인은 일면식도 없는 타인이 무언가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알고, 자발적으로 차를 세워 도움을 준 것이다. 그리고 큰 가르침마저 선물로 주었다. 지구를 구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너무나 명료한 가르침을 노법사님으로부터 받았다. 그날 이후 은혜라는 말은 더 이상 의문의 여지없는 단어로 정리되었다. 내가 받은 것을 다른 이웃에게 돌리는 것이다. 물론 나에게 은혜를 베푼 당사자에게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상상을 했다. 만약에 내가 사과 하나를 A로부터 받았다고 하자. 그 받은 사과에 대한 은혜를 B에게 돌렸다. 그리고 그 BC에게, CD에게, DE에게. 이렇게 무한히 간다면 사과 하나로도 지구의 평화는 올 것이다. 은혜의 폭탄이 되지 않을까. 인간을 살상하는 폭탄이 아니라 은혜로 지구를 구하는 인류애의 핵폭탄이 되지 않을까 라고.

 

그러나 그 상상이 너무나도 감상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은혜의 폭탄보다는 인간을 얼마라도 살상할 수 있는 실제의 폭탄이 넘쳐나고 있음을 메스미디어는 날마다 떠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과학의 발전으로 풍요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집단 자살의 골짜기로 열심히 몰아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길지 않은 인생을 놓고 보면, 약간의 의견 차이나 약간의 이해관계에 불과하고, 아니면 약간 화나게 하거나 약간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에 불과함에도 상대방을 그냥 없애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집단적 광기로 묶어 패싸움의 전형인 전쟁으로 몰고 간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 Harari)사피엔스에서 이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인류의 다양한 종 가운데 한 때의 인지혁명을 겪은 사피엔스는, 선두주자로서 다른 모든 인류의 종을 이미 복속 혹은 멸종시켰으며, 현재는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마저 절멸시키는 중이고, 마침내는 자신들마저 파멸시킬 것이다. 그 파괴적 능력은 집단을 묶는 상상력에서 나왔다. 그 상상력의 대표적인 사례가 돈, 제국주의,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 여기에 종교도 끼어 있다. 그럼, 이 상태로 가면 인류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자. 인간의 상상력이 굳이 폭력적일 수만은 없지 않을까. 이미 아는 얘기이지만, 이런 일이 실제 있었다.

 

길을 공사하는 곳에 앰뷸런스가 왔다. 앰뷸런스의 기사는 지금 위험에 처한 아이가 있어 급히 구조하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 마침 그 공사를 감독하는 사람은 평소에 남을 배려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었다. 감독은 공사에 지장이 있기는 하지만, 인부들에게 흙과 장비를 한 곳으로 치우고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날 일을 끝내고 포근한 집에 돌아왔다. 그때 부인이 이야기 한다. 오늘 그 공사장의 인부들이 앰뷸런스가 지나가도록 도와주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 했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 아이가 동전을 목으로 삼켜서 거의 죽을 뻔 했는데, 그 차가 와서 아이를 구했다는 것이다. 공사장에서 그 감독은 아픈 아이가 마치 자기 아이와 같다고 느꼈을 것이다.

 

지구에는 인간의 수만큼이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편을 가르고, 우리와 체제가 다르다고 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어디든 삶의 기본은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가족이며, 친구들로 구성된 공동체이다. 혈구지도는 어떤 이념이나 체제도 받아들인다. 혈구(絜矩)의 혈은 헤아리거나 재는 것, 구는 모난 물건을 재는 자를 말한다. 나도 내 가족도 언젠가는 처지가 바뀔 수 있다. 이미 남의 일이 어느 샌가 내일이 된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자타가 차별 없는 혈구지도가 요청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중용(中庸)에서 공자(孔子)의 손자인 자사()는, 자식에게 바라는 것으로 부모를 섬기는 일, 신하에게 바라는 것으로 임금을 섬기는 일, 아우에게 바라는 것으로 형을 받드는 일, 친구들에게 바라는 것을 먼저 베풀지 못 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는 혈구지도와 더불어 종교의 황금률에 해당한다. 혈구지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런 점에서 전쟁은 애초에 의미 없다. 총을 맞거나 폭탄을 맞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부모 잃은 자식, 자식 잃은 부모는 얼마나 비통할까. 저 집단이 붕괴된다고 우리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유발 하라리가 염려하는 상상의 힘은 이처럼 역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뻔한 말이지만, 증오는 증오를 부르며,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는 것을 이 땅에서 실현해보는 것이다.

 

폭탄 하나 만들 비용 대신, 떡과 빵을 만들어 건네는 것이다. 같은 땅에 살며, 당장 배고파 우는 철조망 너머 아이들에게 먼저 시도할 수 있다. 집단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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