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l하게 '내려놓는 새해'를....
“숙산, 나는 지난 연말에 내 주변을 많이 정리했네. 숙산도 한번 해 봐!
돌아보니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더라고!. 필요이상으로 너무나 무겁게 말야!
그래서 그것들을 다 덜어내기로 했지. 가볍게 말야. 그랬더니 심신이 그렇게 맑고 홀가분
할 수가 없어.“
어느 해 정초(正初), 새해인사차 찾아간 한 선배님의 이야기다.
선배님은, 당장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할 가능성이 많지 않은것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치워버렸다고 하였다. 우선 옷도 철따라 두벌씩만 남겨놓았고, 책 같은 것은 지금 보고
있는 것 등 열권 정도만 남겨놓고 깡그리 다 정리하기로 원칙을 세웠다고 하였다.
그래놓고 나니 얼마나 머릿속이 맑고 개운해지던지,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것들도 정말
꼭 필요한 절대량만 남겨두고 하나 하나 모두 정리를 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가히 매사를 깊게 생각을 하며 지내시는 선배님 다운 일상 속 한 단면을 엿보게 하는 이
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선배의 이야기에 100% 공감을 해 마지않았던 터라, 나도 곧장 선배님을 흉내 내어
주변 정리에 나섰다. 손 쉬운 옷가지들과 책들 그리고 군더더기 잡동사니 물건들을
대상으로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그리 쉽지가 않았다. 무에 그리도
많은 미련들이 서려 있다는 것인지.... 몇년씩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것들인대도 얼른
쉽게 내려놓지를 못하는 부질없는 나의 애착과 집착이라니.....예컨대, 그간 애지중지
간직해오던 (주로 러시아 관련) 책자와 자료들을 통 크게(!) 모교인 외대(外大)
도서관에 실어 보내면서도 속으로는 얼마나 짠하고 아까운 미련이 남던지.... 사실은
더 정리를 하여 2차 기증을 하기로 약속을 해 놓고도 아직까지 이행을 못하고 미루어
만 왔으니.....스스로 세운 초심을 스스로의 착심과 연민으로 뒤엎어놓고 있으니 말이다.
미련없이 자신의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어디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던가!
스스로의 자존과 품격, 자부나 욕망같은 것들을 과감하게 절제하고 마침내 가없는
몰아(沒我)와 무아(無我)의 경지를 넘나드는 저 법높은 선인(善人)들의 정신영역을
함부로 넘보다니.... 하지만, 나도 불원(不遠), 저 선배님처럼 과감하게 주변을 정리
하고 정말 쿨(Cool)하게 일상으로의 득력(得力)을 다시 한 번 욕심을 내 본다면 .....
과욕일까?
아무쪼록 새해에는 간결(Simple)하면서도 결(Core)이 있는 일상을 함께했으면
좋겠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철따라 녹음(綠陰)으로 또 단풍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늘 하늘을 보고 곧게 자라는 저 산 속의 나무들처럼 -
있는 그대로 소박하게 자신의 명(命)을 다하는 그런 단순 명쾌한 한 생(生)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