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짜리 보시
조정제
어느 날 사무실에 나갔다가 점심식사 시간에 청계천 변을 지나고 있었다. 거리에는 노 넥타이 차림의 오피스 족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아주머니들이 길목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더러 할머니도 눈에 띄었다. 받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나도 퉁명스럽게 지나쳤다. 어디 버린담, 그것마저 귀찮다는 생각이었다. 뒤처진 친구가 전단지를 받아왔다.
“아주머니들은 5천장을 돌려야 일당 5만원을 받는대요. 저것을 빨리 돌려야 돈을 받아 집에 갈 것인데 싶어서 한 장 받아 왔어요.” 옳거니, 그것은 10짜리 보시다. 그 많은 법문보다 10원 보시가 더 소중하다 싶다. 그가 나의 스승이 아닌가.
나도 그 뒤에는 전단지를 기꺼이 받아들고 무슨 내용인지 살펴본다. 대부분 음식점 안내다. 언제 한번 가보리라. 전단지 덕에 좋은 음식점을 알게 되고 소상인들의 영업도 그만큼 잘 된다면 여기도 나비가 날개 짓 하고 날아들지 않을까.
전단지를 건네주던 그 할머니의 웃음 머금은 눈길이 생생하다. ‘옷깃을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그냥 스치는 정도가 아니라 전단지 선물을 주고받고 눈을 맞추고 하였으니 인연이 예사로 깊어진 것이 아니리라. 10원 짜리 보시가 정분이 깡마른 세상에 나비효과를 발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일깨워준 그 친구가 진정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