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일찍 오시지 그랬어요?
그간 그런대로 잘 버텨왔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신문읽기가 힘이 들었다.
이야기 끝에, 한 후배가 강력 추천해 준 코엑스 근처 안과(眼科)를 찾았다.
“진작 오시지 않고.... 혹, 경찰이 알았으면 벌써 운전면허를 취소했겠는 걸요?”
그저 시력이 좀 안 좋은 줄을 알면서도 그냥 버텨온 게 전부이었건만, 의사는 매우 못마땅
한 눈치다. 꼭 무슨 부도덕한 짓이라도 하다 붙들려온 죄인을 두고 질책하는 어투다.
“수술을 하고나면 놀라실 거예요. ”
결국, 의사의 단호한 '소견'에 따라 시력교정수술을 받기로 했다..
정말, 의사의 말은 진리(!)였다.
수술 후 한 시간이나 됐을까, 눈을 뜨고 주위를 돌아보니 그렇게 잘 보일 수가 없었다.
먼 곳까지 어찌나 선명하게 잘 보이는지 아주 딴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글씨가 조금만
작아도 아예 읽기를 포기해버리기가 일쑤였는데..... 일주일 후 다른 쪽 눈까지 마치고
나면 훨씬 더 잘 보일 거라고 하였다.
정말이지, 뭔가를 제대로 잘 볼 수 있다는 것은 ..... 언 뜻, 평생을 지팡이로 땅을 치며
길을 찾아 헤맨 심봉사를 생각하면 정말 이만한 눈을 가진 것만도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만유는 다 저마다의 ‘눈’을 지니고 산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만물의 영장답게 지녀야
할 <눈>이 많다고 하였다. 육신의 눈(肉眼) 뿐만 아니라, 마음 속 내면의 심안(心眼)과
양심(良심)의 눈, 그리고 세상을 아우르는 지혜)의 눈(慧眼)과 법안(法眼), 천안(天眼)....
등등 말이다.
아무쪼록 건강하고 슬기로운 눈을 가질 일이다.
아름답고 반듯한 심신(心身)의 눈은 물론, 또 자신과 세상을 제대로 보고 바루어나가는
지혜롭고 정의로운 안목(眼目)의 개안(開眼)에 있어서랴,
.
의사는, 이제 다른 쪽 눈까지 더 좋아진다면, 보다 더 세상이 잘 보이고, 운전도 편안
하게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였다. 제발이지, 그럴 수만 있다면야! 누구라, 이 아름
답고 밝은 대명천지에서 유쾌하고 통쾌하게 달려보는 멋진 인생의 레이서(Racer)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좀 더 이찍 오시지 그랬어요?'
라던 의사의 말이 꼭 무슨 법문처럼 자꾸만 되새겨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