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검은쥐와 흰쥐
옛날 어떤 사람이 큰 들판에 나갔다가 미쳐서 날뛰는
코끼리 한마리를 만났다.
크게 놀라 뒤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도망치다가 들 한복판에 있던
옛 우물터에서 뻗어 내려간 등나무 넝쿨을 붙잡고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또 다른 적이 있었다.
우물 네 구석에는 네마리의 독사가 기다리고 있었고,
우물 한 복판에는 무서운 독룡이 독기를 뿜고 있었다.
위에서는 무서운 코끼리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고,
밑에서는 뱀들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으니,
오도가도 못하게 된 나그네는 유일한 생명줄인
등나무 넝쿨에만 몸을 의지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흰 쥐와 검은 쥐가 나타나 서로 번갈아가며
등나무 줄기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머리위의 큰 나뭇가지에는 몇마리의 꿀벌들이
집을짓느라 날았다 앉았다 하는데 그때마다 꿀이 떨어져서
입에 들어갔다.
그는 꿀의 단맛에 취해서 모든 위험을 잊고 도취되었다.
그러는 동안 대지에는 난데없이 불이 일어나 모든것을 태워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넓은 광야는 무명장야(無明長夜),
위험을 만난것은 사람은 인생, 코끼리는 무상(無常),
옛 우물은 생사(生死), 등나무 줄기는 생명줄,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 네마리 뱀은 사대육신(地水火風),
독룡은 죽음, 벌은 헛된 욕망, 꿀은 오욕(五慾:財色食名睡),
불은 늙고 병듦을 각각 비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