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은 여간 효자가 아니어서 추석이나 설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제 식구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와서 명절을 보내고 올라가곤 했었답니다
우아한 며느리와 공주같은 손녀딸을 볼 때마다 노부부는
동네 사람들에게 늘 으쓱대는 기분을 느끼곤 하였지요.
아들 내외는 고향에 내려올 때마다 "아버님 어머님 시골에서 이렇게
고생하지 마시고 저희와 함께 서울로 가시지요. 저희가 잘 모시겠습니다"
하고 말했답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아니다.
우리같은 늙은이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서울이 다 무에야.
그냥 이렇게 살다가 고향땅에 묻힐란다" 하고 사양했더랍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노부부는 언젠가는 서울의 강남에 있는 아파트에서아들 덕택에 호사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해 했더랍니다.
그러다가 노부부중 아내가 먼저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상을 치르는 내내 아들 내외가 어찌나 애통하게 엉엉우는지
동네사람들도 모두 가슴이 찡하였답니다.
초상을 치르고 나자 아들 내외는 또다시 간곡하게 청하였답니다.
"아버님, 이제 어머님도 가시었으니 어쩌시렵니까?
고향집 정리하시고 서울로 올라가시어 저희와 함께 사시도록 하시지요
저희가 잘 모시겠습니다"
![img_47709_590624_4[5].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15/39915/10/img_47709_590624_4%5B5%5D.jpg)
할멈도 떠나간 이제,
그도 그럴것이다 싶어 노인은 몇날을 생각타가 결심을 하였답니다.
논밭과 야산등… 모든 가산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갔답니다. 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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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을 정리한 돈은 아들 내외에게 주어 32평아파트에서 42평 아파트로 옮기고…
노인의 서울생활은 처음엔 그런대로 평안하였답니다. SPAN>
그즈음 아들은 과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할 때도 되었고, 회사일이 워낙
바쁘기도 하였으므로 매일을 새벽에 출근하였다가 밤12시가 넘어서야
퇴근 하는 일과가 몇 달이고 계속되고 있었답니다.
![img_47709_590624_6[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15/39915/10/img_47709_590624_6%5B2%5D.jpg)
그러던 어느날,
아들이 모처럼 일찍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보니 집안이 썰렁하니 비어 있더래요.
다들 어디 갔나? 하던 차에 식탁위에 있는아내의 메모를 보았더래요.
메모에..
- 여보 우린 모처럼 외식하러 나가요. 식사 안하고 퇴근하였다면
전기밥솥에 밥있고 냉장고 뒤져 반찬찾아 드세요. 좀 늦을지도 몰라요-
가족을 기다리는 동안 냉장고속을 뒤져 맥주를 찾아서 마시고 있자니 SPAN>
현관쪽이 시끌해지며 나갔던 식구들이 돌아오는 기척을 느꼈습니다.
아, 그런데 들어오는 걸 보니 아내와 딸 둘만 보이는게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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