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근 선사의 스승이신 오조법연대사께서 내려주신 네 가지 계문(戒文)을 들어보겠습니다. 이 사계(四戒)는 예로부터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나 대중의 지도자가 된 사람이 경계해야할 요긴한 내용으로 승속(僧俗)간에 잠계(箴戒)로 삼는 바가 되었습니다.
첫째, 권세를 다 쓰지 말라.(勢不可使盡)
권세 있는 사람일수록 뒷날을 조심해서 권세를 아껴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권세란 어떤 자리에 주어지는 권력과 힘입니다. 그런데 이 권력이라는 것의 속성에는 ‘남을 불편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나서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무엇인가를 시켜야 하므로 자연히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권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반드시 부림을 받는 사람의 반발을 사게 되어 있습니다. 요즘 중동에서 펼쳐지고 있는 독재자의 말로를 생각해 보면 권세는 어떻게 써야하는 것인지 자명하게 알 것입니다.
둘째, 복을 다 받지 말라.(福不可受盡)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면 자연히 남이 누리지 못하는 호사(豪奢)가 따라 다닙니다. 그러나 그 호사를 다 누리다보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질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남의 질시를 받는 사람의 뒤끝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삼대(三代) 가는 부자 없고 삼대 가는 가난뱅이 없습니다. 자고로 복이란 것이 돌고 도는 것을 암시하는 말인 것입니다. 복도 아껴야 합니다.
셋째, 모범을 다 행하지 말라.(規矩不可行盡)
한 마디로 너무 잘난 체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인간사란 묘한 것이어서 완벽한 사람이 존경을 받기는 하는데 사람이 잘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범을 완벽하게 보이려 하면 그로인해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럼 오히려 따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살 수 있습니다.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개혁피로증후군’이 이런 경우입니다.
넷째, 좋은 말을 다 말하지 말라.(好語不可說盡)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귀찮고 잔소리로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도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권위를 갖는 사람입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곧 법이고 지침입니다. 또한 지도자가 자기 생각을 다 말하고, 좋은 말이라고 다 가르치려고 한다면 그 밑에서는 아무도 옳은 말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지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