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해설] 부처님 오신 날 ‘거꾸로 보는 세상’
[김용관 해설위원]
몇 달 전 입적하신 법정스님이 송광사 불일암에서 지내던 시절 얘기입니다. 묵언 수행 중이던 스님은 그곳 방문객들을 암자 마당 끝에 세우고 가랑이 사이로 계곡을 내려다보게 하곤 했습니다. 거꾸로 보이는 산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고 방문객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곤 했지요.
법정스님의 이런 선물이 오로지 그 색다른 풍경뿐이었을까요? 눈에 보이는 세상을 거꾸로 보게 한 또 다른 뜻은 없었을까요? ‘네가 세상을 거꾸로 보고 있으니 바로 보라’는 깨우침을 주려던 건 아니었을까요?
전도몽상... ‘나’와 세상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해 고통을 행복으로, 더러움을 깨끗함으로 여기며 사는... 이렇게 뒤집힌 삶에 대해 거꾸로 보는 눈을 가지라는 뜻일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도 결국 이것 아니겠습니까?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의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법어 가운데 한 구절을 인용해 봅니다. “본래는 범부도 성인도 아니고 이름도 없었으나, 어둠에 미혹하여 중생이 되고 부처가 되었으니, 오늘은 얽매임에서 벗어나 무위진인을 이룩하여 모든 중생이 부처로 태어납시다.” 이 법문 역시 탐욕과 어리석음의 어둠에 묻혀 뒤집힌 삶을 사는 우리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거리마다 연등이 달리고 사찰의 밤은 축제 분위기로 들뜹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래알 숫자만큼 많은 수의 세상을 모두 온갖 보배로 치장한다고 하더라도 남에게 진리를 말해주는 것보다 공덕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지요. 물론 그 진리란 탐욕의 눈을 통해 볼 수 없고 어리석음의 귀를 통해 들을 수 없는 것이고요. 그래서 눈에 보이는 치장보다 내 마음을 깨끗이 하는 치장이 더 중요하다고 불교의 경전들은 가르칩니다.
나만의 욕심으로 이웃을 해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 지, 어리석은 나만의 주장으로 사회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는 않은 지 돌아봅시다. 이념적 대립과 사회적 갈등이 우리 스스로의 탐욕과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시다. 뒤집힌 견해를 버리고 실상을 바로 보는 지혜의 눈을 갖추면 중생이 곧 부처라고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으면서 연등의 그 예쁜 불빛 아래에서 ‘우리 모든 중생이 함께 부처로 태어났으면’ 하는 염원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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