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2009-01-18 23: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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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이번 세밑에는 보신각 타종도 기다리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녁 기지개를 켜다보니 새해가 손끝에 잡혔습니다. 그게 그거였습니다.
금년에는 누각 같은 구상도 자잘한 계획도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선지 꿈 없이 하룻밤을 지구 저편으로 흘려보냈습니다.
산새는 배고픈지 마을로 찾아드는데, 앞산의 나무는 흔들림 없이 서있어요, 덤덤하게.
개가 짖어 샀기에 뒤란으로 고개를 내밀었더니 꼬리로 좀 보자는 군요.
물은 얼어붙었고 먹이는 동이나 있었어요.
인공사료를 듬뿍 채워주었습니다. 이 녀석은 공짜 먹이를 쥐에게 잘도 선심을 쓴답니다.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기에 얼른 열어보았습니다. 온통 쓰레기뿐이었어요.
이 불자는 무례한 침입자를 치우고, 치우고 또 치우고, 그만 시지프스가 된 듯 합니다.
사인 없는 연하장을 펼칩니다. 이름만 눈으로 확인하고 그냥 쌓아둡니다.
하루는 무료한데 1년은 후딱 지나가겠지요.
새해가 감기 선물을 택배로 보내왔어요.
오늘은 바깥 운동도 포기하고 벽난로에 장작불 지펴놓고 지냅니다.
불길은 참 자유롭게 너울너울 춤을 추어대는 군요. 무애(無碍)의 승무(僧舞)같아요.
해동이 되면 나도 황소 한 마리 구해보렵니다.
그 든든한 등에 올라타고 인사동을 건들건들 거닐어보게요.
거리의 호박엿도 맛보고 각설이 타령도 지켜보고.
벗님네도 따라 나설래요?
K형!
안동 귀향 첫해(2008년말)에 보낸준 무공해 쌀은 지금껏 아껴 먹고 있어요.
속 깊은 도반(道伴)이 있으니 얼마나 흐뭇한지, 막상 글로 드러내자니 쑥스럽군요.
밀린 외상은 그냥 깔아놓고 세월아 네월아 두고두고 갚아 가리다.
겨울철 감기 조심하시오. 오복 중에는 건강한 수복이 최고 아니겠소.
삶의 생기는 좋은 글감으로 되찾아야겠지요.
스스로 만족하는 글의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만물과 더불어.. 일상의 삶을 띄어주시는 수산님 글속에..
마음또한 평화로워집니다..
소복히 눈발 나리는 겨울이면.. 더더욱 수산님 2층의 벽난로 속에
빠알간 불빛으로 여울지는 참나무냄새가 그리워집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군 고고마 냄새도..
겨울을 겨울답게 만듭니다..
감기하고는 이별하세요..아낌없이 ...미련없이.. 후히없이..요....
수산님, 전타원님 건강하시고요.. 일상의 삶으로 깨달음의 길 밝혀주시는 다음 글감도 궁금해집니 정현솔 | 09-01-19 18:41 | 댓글달기
빨라지는지요? 수산님 글을 보니 새삼 새해인지라 작심 삼일이라도 할
만한 작심을 잃은채 맞이했나봅니다. 인터넷도 핸드폰도 모두가 쓰레기
인지라 우리가 어디서든 액기스만을 추출할 능력을 갖추게하는게 마음공부
아닌가요? 교당의 멘토로 수산님,전타원님 내내 건강한 모습 보여주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임 성명 | 09-01-20 15:48 |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