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익 2009-03-08 05: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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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심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8월 중순 어느날 승산님이 부르셨다.
“오늘부터 나하고 배추농사를 하자.”
“지금은 한 여름인데요. 가을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농사를 짓는 것도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미리 준비하고 궁리하지 않으면 제대로 농사를 짓지 못한다. 금년 배추농사는 네가 지어라. 학교에 갔다 와서 시간이 나는 대로 물도 주고, 벌래도 잡아라.”
승산님은 나를 데리고 방죽이 가까운 밭 30평 정도를 배추밭으로 정하고 배추를 심을 땅을 파자고 하셨다. 그런데 그 배추농사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과 달랐다. 삽자루가 아닌 순수한 삽 길이의 하나 반에 해당하는 깊이 50㎠의 구덩이를 팠다.
처음에는 선선한 시간을 택하여 일을 시작하였으나 한참 일을 하다보니 어느덧 태양은 불볕 같았다. 나는 잠시 허리를 펴고 쉬면서 여쭈어보았다.
“왜 이렇게 깊은 구덩이를 파야 하나요? 남들은 아직 배추를 심을 생각도 안하는데 불볕더위 밑에서 이렇게 일을 해야 하나요?”
승산님은 계속 삽질을 하시며 말했다.
“농사란 노력한 만큼 수확을 하는 거다. 조금도 거짓이 없다. 때에 맞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 추수를 할 때 우리가 노력한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구덩이를 다 파자 똥지게를 지고 그 구덩이에 인분을 가득 채웠다. 1주일이 지나자 그 구덩이는 바짝 말랐다. 1주일 정도를 더 기다렸다가 구덩이를 메우고 밭두둑을 만들었다.
“이제 배추를 심자. 금년 배추는 결구배추다. 속이 가득 차도록 열심히 지어라.” 밭두둑에 배추 한 포기가 들어갈 여유를 두고 점뿌림을 했다. 그리고 비가 오고 며칠이 지나자 점뿌림한 자리에서 대여섯 개의 새싹이 나왔다. 배추가 자라면서 한 포기 한 포기 솎았다. 마지막에는 가장 튼실한 배추만 남았다.
그 해 가을은 유난히 가물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날이 어둡도록 배추밭에 물을 주었다. 당시에도 소독을 하지 않고 배추밭에 쪼그리고 앉아 벌레를 한 마리 한 마리 잡아내었다.
“소독을 하면 되지 않아요. 벌레가 먹고 하는데 소독을 하시지 그래요.”
“아니다. 눈으로 보면 보이는 것을 굳이 소독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잡아라.”
배추가 커지자 짚으로 묶어주었다. 그 해는 가물어서 다른 사람들은 배추농사를 망쳤다. 그러나 내가 가꾼 그 배추는 지금 기억에 한 포기에 최소한 1관은 넘는다고 했다.
나는 배추를 수확하며 생각했다. 남들과 같은 시기에 배추농사를 시작했다면 인분을 줄 수 없었을 것이다. 8월의 불볕 같은 더위는 인분속의 온갖 잡균을 소독하기에 적당하였다. 승산님은 구덩이를 파기 전에 미리 인분을 구덩이에 부은 후 2주 정도 기다릴 것을 계산하셨던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모든 일을 하는 데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과 어려운 역경이 바로 순경이 될 좋은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준비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마는 그 준비심을 배추농사라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통하여 자식에게 가르쳐 주신 분은 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을 당하기 전에 미리 연마하는 공부의 한 예라고 생각한다. 좋은 농부는 다음 해에 사용할 거름을 준비하고, 겨울에 다음 해의 농사계획을 세운다. 봄이 되면 이미 농사의 절반은 진행되어 있는 것이다. 보이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승산님은 손수 한국식 전통가옥을 지으시기도 하고, 옮겨 지으신 일이 있다. 전통가옥은 못을 박지 않는다. 홈을 파서 목재를 서로 연결한다. 잘못파면 다시 지은 집을 허물어 다시 홈을 파야 한다. 목수도 아니신데 집 한 채를 짓는 동안 실수하시는 것을 한번도 본 일이 없다. 기억에 나는 것은 집을 짓기도 전에 설계도를 그리시고 궁리 하시는 모습이다.
“나는 약속시간이나 기차시간보다 30분 먼저 간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어 좋고, 시간에 쫒기지 않아서 좋지 않으냐.” 하신 말씀을 깊이 간직하고 나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미리 준비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분당교당도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는 판교 불사.
개인적으로 지금 어렵다고 고민할 것인가? 순경이 올 것을
대비하여 미리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 생각 생각,.... 김형안 | 09-03-15 00:18 |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