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바나나

김인택 | 2009-07-05 06:47:24

조회수 : 2,602

  요즘 우리나라에서 남의 집을 방문할 때 바나나를 선물로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너무 싸고 흔한 과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30년 전만 해도 바나나는 "금쪽같은 과일“이었다. 비슷하게 감귤도 비싼 과일의 반열(班列)에 올라있었다.
 

  그 무렵 바나나는 대만과 필리핀 등지로부터의 수입품으로 누구 집을 방문하거나 특히 문병할 때 큰 맘 먹어야 한 송이쯤 살만큼 값이 비쌌다. 집에 아이가 아플 때 낱개로 두어 개 사다주면 무척 좋아했으나 그걸 얻어먹지 못한 다른 아이는 저도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당시 어려운 국내 외환사정과 과수농가보호를 명분으로 무거운 관세에다 무슨 “농촌발전특별기금”까지 부과한 탓에 원가가 잔뜩 오를 수밖에 없었다. 요새 같으면 당장 세계무역기구에 제소당할 무역장벽이었다. 바나나를 국산 사과와 구상무역(求償貿易, Barter)으로 수입하기도 한 것 같다.
 

  바나나와 감귤의 국내가격이 높아서 한동안 제주도에서는 바나나 재배(비닐하우스에서 기름난방으로)와 감귤농사가 성업을 이루었다. 한때 감귤 한 나무만 있으면 자식 대학공부를 시킬 수 있다고 해서 귤나무를 “대학나무”라고 했다든가--.
 

  나도 일제시대인 ‘40년경 대여섯 살 때 바나나와 감귤을 무척 먹고 싶어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집에 80대의 증조모가 계셨는데 그 방 찬장에 드물게 바나나와 감귤이 있어서 재수 좋으면 얻어먹었다.
 

  비싼 바나나에 얽힌 에피소드가 두어 가지 생각난다.

  내가 ‘70년대 중반 한일합작회사에 근무할 때 서울주재 일본측 임원한테서 들은 이야기. 종종 내방하는 일본 손님을 기생파티에 초대하면 옆에 앉은 아가씨가 맛있는 음식을 이것저것 골라 입에 넣어주는데 자꾸만 바나나를 권하여 무척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바나나와 귤이 싸구려가 되어 웬만한 식당 입구에는 바구니에 담아놓고 손님 마음대로 집어가게 하는데 그걸 모르고 자꾸 입에 넣어주니 얼마나 성가셨을까?
 

  또 ‘80년 초반 영국 출장 때 친지 집에서 들은 이야기. 아주머니가 동네 슈퍼마켓을 가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나나가 무척 싸서 자주 사다 먹였는데 하루는 가게 주인이 이렇게 묻더라는 것이다. “혹시 집에서 원숭이를 키우세요?” 처음 말귀를 못 알아듣고 반문하니 하도 바나나를 자주 사가서 그렇게 짐작했다고 하더라는데 뭐라고 답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20여년 전부터 바나나와 감귤 값이 많이 떨어져 이제 서민용 과일이 되고 말았다. 아마 우리의 10대, 20대는 바나나와 귤이 한때 금값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바나나(Banana, 영어를 배우는 손녀는 대뜸 “버내너”라고 지적한다)는 파초(芭蕉)과 파초속 식물을 두루 일컫고 중국어로 샹짜오(香蕉). ‘05년 전세계 생산량은 72.5백만톤으로 주산지는 그 1/4을 차지하는 열대지방의 인도를 비롯하여 브라질, 중국, 에콰도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다. 
  탄소화물 25%에 비타민 A, C와 각종 미네랄이 많은 식품으로, 더러 다이어트식품으로 이용되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좋다고 한다.
 

  나는 요즘 그 ”금쪽같던 바나나“를 큰 송이채 사다놓고 아침마다 양파, 녹색채소, 우유와 함께 믹서에서 갈아 마시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양파의 혼합비를 잘못 맞추면 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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