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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축복

박덕수 | 2010-03-29 16:25:43

조회수 : 2,437

딸아이가 출근하면서 초등학교 다니는 딸을 학교 정문앞에 내

려주면 우리 내외는 시간 맞춰 번갈아 손녀의 오후에 학원가

방을 받아서 집으로 온다

춘삼월에 이상기온 으로 지난밤에 내린눈이 아침에 일으나니

온 천지가 순백으로 덮혀 장관이 아니었다

이번 겨울에 그렇게 많은 눈이 왔지만 오늘처럼 멋있는 풍경

은 처음이었다

아마 꽃망울이 뾰족뾰족 나왔기 때문에 면적상 더욱 풍만한

것일까

오늘도 여늬때와 다름없이 손녀의 가방을 받으러 나갔는데 아

파트 위에서 내려다본 설경도 좋았지만 내가 걸어가고 있는

양쪽 큰 나무들이 눈에덮혀 마치 하얀 궁전속을 걷는것 같았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끝없는 하얀 터널속에서 나는 꿈을꾸는

천사가 된것 같았다

아침이라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은 한마

디씩 하고 지나간다

어떤 젊은 엄마는 아! 너무너무 아름답다고 탄식하는가 하면

초등학생 꼬마는 야! 짱이다 라고 감탄성을 지른다

순간 나는 하늘에서 나를 위하여 무슨 축복의 이벤트를 열어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 들이 연인을 위하여 풍선이나 장미꽃으로 멋지게 이벤

트를 만들어 생일이나 기념식이나 청혼을 할때 상대방을 황홀

하게 해주는것을 tv에서 보았다

여태 그러한 선물을 받아 본적이 없는 나는 은근히 불만을 품

고 있었던 터라 천지님의 은혜가 나에게 내리신 것으로 착각

하며 한껓 즐기며 감상을 만끽하고 있었다

가지에 쌓인 눈꽃을 보니 만물상이 아닌가.

작고 짧은 가지에는  작은곰, 물개 토끼 사람얼굴모양.긴 가

지에는 큰곰 뱀 여우 모두모두 나를 위해 음악회를 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토끼는 춤추고 여우는 바이올린 띵까 띵까 띵까

향기로운 장미 이벤트보다 더 담백하고 황홀한 나만의 축복이

었다

눈꽃속에서 나는 나이도 잊은채 어여쁜 공주가 되어 있었다

20대 어느날 미국에서 친구가 나와서 부산에 사는 친구들과

모두 만나 덕수궁에 갔던 기억이 스친다

그때도 굉장히 많은 눈이 와서 덕수궁 입구에 큰 눈사람이 만

들어져 있었다.

우리들은 티없이 맑은 마음으로 눈사람 앞에서 사진도 찍고

그동안의 회포도 풀며 시간 가는줄 모르게 설경을 즐겼었다

가끔 친구들이 생각나면 앨범속에서 꿈에 부풀었던 지난날을

회상해 보며 안녕을 빌곤 한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몸도 늙고 마음도 삼독오욕에 물들어 눈

을 보니 조금 부끄럽다

오늘같이 온 세상이 하얗게 모두가 하얀 마음이면 얼마나 좋

을까


어제까지 정겹게 떠들던 새들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보이질않

고 우리집 앞 미루나무 가지위에 두달이 넘게 까치부부가 부

지런히 지어놓은 보금자리에 눈이 쌓여서 곧 새끼를 낳아야

하는데 그것이 조금 걱정 스럽다

가방을 받아 집으로 오면서 하늘은 공평하게 눈을 내려 주셨

지만 받는 사람에 따라 감사하는 마음과 원망하는 마음이 생

긴다는걸 느끼며 오늘 하루는 정말 나만의 축복받은 하루가

된것을 천지님께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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