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정한 업

박덕수 | 2010-04-05 19:22:45

조회수 : 2,447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남편과의 신경전이 달포가 지났는데도 화해는 커녕 마음

은 갈곳을 잃고 미움과 설음이 복받쳐 가슴이 터지기 일보직전 전화벨이 울렸다

"자기 뭐해  오늘 시간 있어?"

"왜 무슨 일이고" 물었더니 속상한 일을 혼자 삭힐려니 미칠것만 같다고 한다

난 구세주를 만난듯 반가워 나도 폭폭해서 죽겠는데 기운이 통했나보다 하며 우

리가 자주갔던 잠실 석촌호수 레스트랑에서 12시에 만나기로 했다

60대의 반란인가 할머니가 된이후 10년동안 스카트는 입은 기억이 별로 없는데
 
나는 하얀 스타킹에 곤색 스카트를 입고 쳐진 눈을  올려볼려고 마스카라도 칠하

고 있는멋 없는멋 다 부리며 그래도 고상하게 보여야지 하며 조금이라도 젊게 보

이는 코디를하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기분 전환 방법을 구상해 보았다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맥주를 양껏마시고 취중에 남편들 자식들 흉이나 실컨 해

볼까 생각하니 괜찮은 발상 이었다

남자는 술을 마셔도 되고 여자는 마시지 말라는 법이 있나 뭐

간 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어느새 간땡이가 부어 있었다.

우리집 쪼다 양반이 이 사실을 알면 똥폼 잡는다고 웃을꺼다. 웃거나 말거나.

오랜만에 석촌호수에 오니 잠실교당 법우들 얼굴이 아른거리며 보고파 진다

일요일만 되면 법회에 출석 하는것보다 커피 한잔 하면서 신심과 서원이 같은 법

우들끼리 세상 돌아가는 정보도 얻고 일주일 동안 경계를 당한 체험담과 지견을

교환하며 그 속에서 법문을 듣고 액끼스를 얻어가는 의미 있고 즐거운 모임 이었



레스트랑에 들어서니 창밖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앉아있는 중년의 여인.

누가 이 여인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하겠는가. 잔인한 남정네들

자리에 앉자마자 우리는 열변을 토하며 쌓인 스트래스를 풀기 시작 했다

세상사 어느가정 할것없이 다 비슷하지만 우리 두사람은 코드가 잘 맞게  비슷한

점이 많다 나이도 육학년 하고도 삼반. 닭띠들이 본래 애가 많다고 합리화 하며

남편들도 뱀띠에 쫌뱅이 쪼다 들이다

돈도 움켜쥐고 마누라들 한테는 서푼어치만 주고 그것도 해퍼게 쓴다고 아껴쓰

라 한다

일찌기 대종사님 말씀하신 자력을 양성 했더라면 늙어막에 치사하고 자존심 굽

혀가며 돈타령은 하지 않았을 텐데. 우리 때에는 장래희망이 거의가  현모양처였

으니까 현모양처 되고나니 이렇게 무능하고 결국은 집안퉁수 처럼 등신이 되어

버렸지 않은가.

친구는 나보고 딸만 둘이라 행복한줄 알아라고 한다

딸도 딸 나름이지 딸만 있는 사람은 고무장갑 끼고 죽는다는 말이 있지않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며누리 둘을 본것이 아니라 상전들을 둘 모신다고 한다.

집안의 대소사 어머니(주부)가 없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위대한 신이다. 속깊은 항아리다. 상록수다. 원더우먼이

다 라는 말이 너무나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몸이 아파도 움직거려야 집안꼴이 돌

아간다

그런 마누라 들을 푸대접하는 남편들은 바보 멍청이란 생각이 든다

자식들도 애물단지 들이다  말을 다해 무엇하리 모르리 모르리 아직은 모르리라


그래도 우리가 건강 해야지 어쩔수 없는 업으로 맺어진 인연인데 여태 참고 살아

왔는데 어떻하겠느냐고 하며 순리대로 남은여생 업장소멸 하는 셈치고 받아 넘

기고 내생 준비나 잘 하자며 시계를 보니 5시가 넘었다

이제 좀 후련 해진것 같네요. 친구는 손녀가 돌에 입을 옷 한벌 사고 저녁먹고 가

자고 해서 롯테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옷을 사고 에스카레타로 내려오다가 갑자기 친구가 어지럽다며 혈압약을 깜빡잊

고  안먹었다고 한다

밥이고 뭐고 빨리 집으로 가라며  빠이빠이하고 나도 돌아서서 분당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머나! 오늘 한잔 마시고 취해보자 해놓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네

아무리 겉으로 젊으지려해도 나이는 못 속이나보다

나도 결국은 아가사(내집 절)뿐이구나

내집 에서 내가 주지 노릇 잘 해서 남편부처 자식부처 손주부처님께 불공 잘 하는

길밖에 길이 없구나

언제나 그러했듯이 지는 이가 곧 이기는 자가 된다는 법문처럼 내가 져 주는길이

모두를 편하게 한다면 그럴수밖에  없지않은가

40년을 부처님 회상에 귀의하여 삿된 곳으로 흐르지않고 여기까지 이끌어온것도
 
남편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기 때문일것이다

잠시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 세우고 정한 업은 면할길이 없다는 가혹한 운명을 새

롭게 개척하는 힘과 지혜로 역경을 잘 이겨나갈 것이다

요즘이 AQ지수(역경지수)를 높이는 시대가 아닌가
  • 2년전에 쓴 글을 올려보았습니다  정종문님 글을 보니 생각이 나서.................... 박덕수 | 10-04-05 19:35 | 댓글달기
  • 덕타원님 마음속 얘기를 모두 풀어 놓으셨네요.  우리 교당 홈피도 고상함에서 유치함(?)까지 폭 넓게 전개 됩니다. 사실 마음속 얘기 하기 쉽지 않던데요. 하여튼 팔은 안쪽으로 굽듯 남자는 남자데로 여자는 여자데로 할 얘기 많은거죠. 재미 있습니다. 정종문 | 10-04-06 07:17 | 댓글달기
  • 날도 꾸물꾸물하고 기분도 별로인데 덕타원님 쓰신 글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ㅎㅎㅎ 권덕인 | 10-04-06 10:42 | 댓글달기
  • 집안 흉 같지만  우리들 본래모습을 숨길 필요가 뭐 있습니까. 인생사가 집집마다 뚜껑열어보면 별별 집도 다 있잖아요.글로써 여자들의 애로사항을 남자분들께서 조금이라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토끼같은 여자라면 애교로써 잘 헤쳐나갈탠데 우리는 워낙 곰이다보니 소박 받지않은것이 다행인지도 몰라요 박덕수 | 10-04-06 16:44 | 댓글달기
  • 저도 가끔은 김법해교도 흉을 보지만 사실은 되게 좋은 아내지요
    (정치적인 발언 입니다.)  크....
    정종문 | 10-04-08 07:57 |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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