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쌀 떨어진줄 모르고

박덕수 | 2010-06-09 12:39:05

조회수 : 2,350

허구많은 공연장 중 하필이면 잠실  학생 체육관
69세 65세 부부가 지하철에서 내려  우선 화장실에 다녀와 아이스쇼 표를 꺼내들
고 안내원의 도움으로 자리에 앉았다
괜히 쑥쓰러워  좌우를 살펴보니 역시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많았다
화려한 조명과 가슴을 쿵쿵거리게하는  음악에 맞춰 피겨스케이트들이 각자의
묘기를 뽐낸다
쇼가 끝나면 동 서 남 북에 대고 인사 할때 마다 우뢰같은 박수와 목이 터져라 와
와 하는 소리에 우리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천천히 자리에서  나와 입구로 향하는데
할아버지: 이봐 나 엉덩이 바지 좀 봐봐 뭐가 묻었나? 음료순가!
할머니: 아무것도 없는데요
밝은 복도에 나와 다시 보라고 한다
할머니: 땀이 났나봐요. 땀이 나도 모를 정도로 재미 있었나 봐요
할아버지: 늙으니까 좋으면 엉덩이에 땀도 나고....별짓 다 하네.
돌아오는 전철 노인석에 앉아 캄캄한 공연장에서 못 본 팜프랫을 꺼내어 출연자
의 프로필을 보았다
중국 선수 한쌍의 공연이 눈에 어린다
예쁘지는 않았지만 사랑과 고민 이별 재회를 표현한 애절한 남여의 몸짓....
할아버지: 여자가 너무 가냘펐어
할머니: 흰색갈 옷에 너무 헐렁헐렁하게 입어서 더 그렇게 보였어요
전철에서 내려 가로수길을 따라 한 20분을 걸어서 집으로 왔다
선선해서 재법 걸을만 했다.역시 매미는 목이 터져라 울어 댔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말도 않되는 시 한수를 읊었다

매미 목 터져라 뒷뜰 시냇가에서 울고
앞뜰 초등학교 울타리에서도 울고
라디오 에선 클라식
소프라노 귀를 찢는다

다 늙은 마누라 손을 잡고
제법 선선한 여름 길을 걷는 노 부부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 흔한 개똥철학 질문
철들고 부터 아직도 풀지 못하는 숙제
아! 인생이란 개 똥 인가 보다

두 부부는 개똥철학 시를 읊어놓고 실없이 웃으며 걷는다
귀에는  음악소리와 함성이 아직도 쟁쟁 한데 집에 도착하여 저녁밥을 할려고 쌀
통을 열어보니  아차! 쌀이 떨어진걸 깜빡 했구나
순간 개미와 뱃짱이 생각이 났다
작은 딸 내외가 준 아이스쇼 표를 받아들고 시간에 맞추느라 괜히 아침부터 설쳤
었다......오후 3시 부터인데.

할머니 :당신 오늘 무얼 느꼈어요?
할아버지: 청춘은 즐거워  그리고 말이야 서양사람은 못 생겨도 왜 잘 생겼지?
               하는짓들이 예쁘니까 모두 좋아 보였나 보다


                  2009 년 8월 어느날



  • 세련되고 다정하신 두 분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집니다.
    한번씩 젊은이들 속에 섞여 열정의 기 팍팍 받으세요^^
    강자현 | 10-06-09 18:02 | 댓글달기
  • 비록 쌀이 떨어져도 절대로 불쌍하지 않으세요.ㅎㅎㅎ.

    6.1대재날 입으셨던 한복이  자태가 너무 고와 제가 제일 싫어하는
    한복이지만 " 나도 한번 입어봐?"  이런 생각을 불러 일으키셨답니다.
    임성명 | 10-06-11 13:50 | 댓글달기
  • 아하! 잘 봐 주셔서 감사 합니다.
    옛날 잠실교당 다닐때 우리단 형님 한분이 한복점을 하셨는데 그때 저고리만 몇명이 맞췄어요.  중국삼배라 별로 비싸지 않았어요.
    등타원님 !성주 성지  가실꺼죠?
    박덕수 | 10-06-11 14:20 | 댓글달기
  • 멋있는 부부로 보이며 로맨틱하고 낭만적이네요.
    열정도 함께 좋은 에너지 빵빵 드릴께요.
    화이팅 !!사랑해요.감사합니다.
    김형안 | 10-06-12 00:34 | 댓글달기
  • 이번 성지순례길은 함께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어요.
    딸아이가 애기를 출산해서 집으로 데려와 요즘 산후 조리시키고있어요.
    그래서 성지순례가 마음그득해서였는지 토욜밤엔 꿈까지 꿨어요. ㅎㅎㅎ.
    임성명 | 10-06-14 13:02 | 댓글달기
  • 같이 다녀오셨으면 좋았을텐데요^^ 강자현 | 10-06-14 17:53 |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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