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태양의 나라를 가다(3, 마지막)

김인택 | 2010-07-01 08:33:20

조회수 : 2,489













제7일: 6월 21일(금)

  오전 중에 유명한 “안달루시아의 보석”으로 알려진 알람브라(Alhambra) 궁전을 관람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우아한 유적은 스페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였다. 이 지방은 8세기 이후 이슬람의 지배를 받으며 발전하다가 13세기에 그라나다 왕국이 건국되고 나스리드(Nasrid) 왕조가 열리면서 번영의 절정기를 맞이했고, 이 무렵에 알람브라 궁전의 건축이 시작되었다. 이후 250년 간 그라나다 왕국은 경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면에서 발전하다가 15세기 말 이사벨 여왕의 공격을 받고 끝내 알람브라 궁전에서 항복함으로써 종말을 고했다.
 

  알람브라는 크게 성채<Alcazaba>, 왕궁, 카를로스5세 궁전, 헤네랄리페(Generalife)의 4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마스터플랜 없이 각기 다른 시기에 건설된 것이다.
 

  알카사바는 전에 있던 성채를 9세기에 이슬람왕이 정비한 것으로 군인숙사, 창고, 목욕탕 등의 흔적이 남아있고, 높은 벨라(Vela)탑에서는 멋진 주변 경관을 내려다볼 수 있다. 남쪽으로 흰 눈을 머리에 인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약3500m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했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 “시에라네바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사이에 있는 산맥으로 그곳은 전에 스페인의 후손인 멕시코인의 땅이 아니던가?
 

   14세기 중후반 몇 차례에 걸쳐 건설된 이슬람 그라나다 왕국의 알람브라왕궁은 이슬람문화의 정수라 할 만하다. 크고 작은 각종 방의 벽면과 천장을 장식한 화려한 채색 타일, 특유한 문양, 정교한 조각, 다양한 기둥과 아치의 아름다움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왕비와 후궁들의 거처로 금남(禁男)의 공간이던 사자(獅子)궁전은 손꼽을 만하다. 또 건물들 사이에 있는 중정(中庭)들 중 아라야네스 중정(Patio de los Arrayanes)도 아름답기 짝이 없다. 건물들의 일부는 뒷날 기독교도들에 의해 개조된 것이다. 궁전의 오랜 급수시설은 지금도 기능이 살아서 지상과 지하의 수로에 물이 흐르고 있을 만큼 당시의 기술수준이 높았다.
 

  이 걸작품 알람브라 왕궁도 오랜 세월 방치되었다가 19세기에 미국작가 워싱턴․어빙(Washington Irving)이 폐허로 변한 그곳에 머물면서 보고 쓴 “알람브라 이야기”란 소설의 발표를 계기로 세상에 알려지고 복원되지 않았다면 현재의 모습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카롤로스5세 궁전은 16세기에 합스부르크-스페인 연합왕국의 왕으로 유럽을 호령하던 카를로스5세(친가인 Habsburg왕조와 외가인 스페인왕조를 함께 상속받음)가 알람브라 왕궁 옆에 지은 르네상스 양식 건물로 기존 궁전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헤네랄리페는 왕궁 동쪽에 있는 그라나다 왕의 아담한 여름 별궁이다. 그 정원에는 예쁘게 핀 꽃들과 정성껏 가꾼 수목들이 있고, 길이 50m의 중정 가운데 설치된 많은 분수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솟아난다.
 

  부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우리는 현지가이드를 떠나보낸 채 발렌시아 자치주 수도 발렌시아(Valencia: 스페인 3위의 인구 80만)를 향해 달렸다. 인솔자는 운전수와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목적지가 가까워지면서 넓은 들판에 많은 오렌지 밭과 함께 여기저기 염전(塩田) 처럼 물이 고인 곳이 눈에 띄어 무엇인가 했더니 벼논이었다. 쌀농사가 잘 되는 지방이다. 교외의 작고 조용한 Hotel Eliana Park에 투숙하였다.


제8일: 5월 22일(토)

  8시에 호텔을 떠나 발렌시아 중심가로 가서 카데드랄을 잠시 둘러보았다. 자격증을 가진 현지가이드가 아니면 안내를 할 수 없다고 인솔자는 차중에서 간단한 설명을 하고 우리만  성당을 다녀오라 했다. 넓은 성당 안에는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노인 몇 사람 밖에 없었다.
 

  이어 해안도로를 4시간 달려서 카탈루냐(Cataluna) 자치주 수도인 바르셀로나(Barcelona: 스페인 2위의 인구 160만)에 도착하여 바닷가에 즐비한 개방식 식당에 들어갔다. 북적거리는 식당에서 점심으로 먹은 파에야는 새우와 홍합을 넣은 볶음밥 비슷한 것으로 맛있었다. 식후에 주변을 산책하면서 수백 대의 요트가 들어선 계류장을 보았는데 요트 값이 1대당 3-4억원이고 정박료도 비싸다고 한다.
 

  카탈루냐 지방은 역사적으로 장기간 중앙의 카스티야(Castilla) 왕국에서 독립해 있었으므로, 언어와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독자성이 크다고 한다. 카탈루냐어(語)는 스페인어(=카스티야어)와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식후에 바로 유명한 성가족(聖家族, Sagrada Familia)성당으로 가서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안팎을 구경하였다. 여태껏 보아온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대성당으로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명물답게 무척 경이로웠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Gaudi)가 설계하고 1926년 죽는 날까지 40여년을 심혈을 기울여 짓던 미완성 건물로 현재도 건축은 느리게 진행 중이다. 성당 안에는 생전 가우디가 쓰던 작업실에 설계도면과 여러 가지 관련 자료가 보관되어 있다.
 

  이 성당 말고도 이 도시에는 가우디가 설계한 다른 건물과 공원, 가로등까지 있어 바르셀로나 하면 가우디가 연상될 정도이다. 우리는 “동화나라‘처럼 아기자기하게 자연을 소재로 설계된 가우디 공원을 산책했다. 50대의 현지 가이드는 차분하게 잘 했다.
 

  또 버스로 거리를 돌면서 가우디가 설계한 다른 건물, 쇼핑센터로 바뀐 원형 투우장, 인파가 붐비는 람블라스(Lamblas) 거리, 콜럼버스 동상 등을 지나쳤다. 어디를 봐도 참 아름다운 도시다. 50대의 현지가이드는 차분하게 잘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귀에 익은 몬주익(Montjuic)언덕으로 올라갔다. 바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지막인 마라톤 경기에서 황영조 선수가 선두를 제치고 바로 옆 주경기장에서  월계관을 차지한 곳이다. 그 언덕에는 황선수의 달리는 모습이 새겨진 큰 기념바위가 세워져 있는데, 이는 경기도가 카탈루냐주와 자매결연을 하고 만들어 보낸 것이다. 높은 몬주익 언덕에서는 바르셀로나 시가지가 잘 내려다보인다.

  중국식(Taiwan) 식사 후 교외의 Holyday Inn Molins de Rei에 투숙하였다. 


제9일: 5월 23일(일)

  오늘은 사라고사를 들러 마드리드까지 종일 서쪽으로 고원지대를 지나가는 날이다.

  늦은 아침 9시에 출발, 13시에 아라곤(Aragon) 자치주 수도인 사라고사(Zaragoza: 스페인 5위의 인구 70만)의 에브로(Ebro)강변에 도착하였다. 강변에 거대한 제2 카테드랄<필라르․성모성당, La basilica de Nuestra Senora del Pilar))과 시청이 나란히 있고, 그 앞 광장에는 고야의 동상이 있다. 또 강에는 고색창연한 다리가 놓였다.
 

  점심(중국식) 먹고 성당에 들어가 많은 장식품, 조각, 그림, 천정화를 관람했는데 현지 가이드 없이 인솔자의 설명만 미리 들은 뒤였다. 성당에 따라 사진촬영이 허락되기도 금지되기도 하는데 이곳은 “금지”였다. 이후 출발 시까지 부근에서 각기 행동하기로 하여 우리 부부는 거리를 산책하며 쇼윈도를 구경하였다. 일요일이어서 가게가 거의 문을 닫았으나 더러 열린 데로 들어가 식료품, 문방구, 주방기구 등을 구경하였다. 가까운 곳에 또 하나의 카테드랄<라-세요, La Seo>이 보였다.

  다시 3시에 출발, 6시 반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Madrid: 스페인 1위인 인구 330만)에 도착하였다. 그라나다에서 헤어졌던 현지가이드를 다시 만나 안내를 받으면서 시가지를 지나 식당으로 가는 길에 투우장 입구에 늘어선 인파를 보았다. 입장시간이 임박하면 부근 교통이 막힌다고 한다.

  그라나다 출발부터 마드리드 도착까지 이틀반 동안 관광보다 장거리 이동이 많기는 했지만 현지가이드(바르셀로나의 오후만 빼고)가 없었다. 한식으로 열무김치와 밥을 먹은 뒤 교외(시내-비행장 사이)의 Express by Holiday Inn Madrid에 투숙하고 한가로운 동네 안을 산책하였다.


제10일: 5월 24일(월)

  9시에 출발하여 마드리드 남쪽 70km의 고도(古都) 톨레도(Toledo)로 가는 길에 큰 기념품점에 들러 올리브유를 포함한 각종 기념품을 골랐다. 이곳은 6세기에 서(西)고트<Visigoth)왕국의 수도로서 발전하기 시작하다가 8세기에 이슬람 왕국에 정복되고, 11세기에 기독교도들의 국토회복운동으로 알폰소6세 왕에 의하여 탈환되었다.

  이후 1492년 무슬림과 유태인들이 추방되기까지 그들은 기독교도와 함께 살았으므로 톨레도에는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융합에 의한 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톨레도는 타호<Tajo: 테후(Teju)강 상류>강에 둘러싸인 제법 높은 언덕 위에 발달한 도시이다. 스페인 가톨릭의 중심이자 최대규모*인 카테드랄은 13세기~15세기 말까지 약260년 간 건설된 장엄한 고딕식 건물로 값진 조각, 금으로 된 종교의례물품, 그림(특히 엘․그레코, 반다이크, 모랄레스의 작품) 등 수많은 예술품이 소장되었다.(*주: 같은 안내서에 세비야 대성당도 “스페인 최대”라 적혔음). 부근에 있는 알카사르(성채), 미술관, 다른 교회 등을 지나쳐 걸었다. 몇 군데 좁은 길 위로 햇빛 가리개 같은 기다란 천이 걸쳐있다.

  다리를 건너 그곳으로 오르내리려면 꽤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한다. 강 건너편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마드리드는 비교적 늦게 1561년 펠리페2세 때 수도로 정해졌는데 유럽의 수도 중 가장 높은 해발고도 646m에 위치한다. 바로 스페인 왕궁으로 들어갔다. 현재도 국빈접대 시 국왕이 사용하는 곳으로 실내에는 각종 현란하고 값진 장식품, 집기, 그림 등 예술품이 많이 비치되었다. 중국식 방, 일본식 방도 있었다.
 

  이어 부근의 스페인광장으로 가서 유명한 소설가 세르반테스 그의 소설의 두 주인공 돈키호테/산초의 동상을 구경하였다. 그 뒤로는 스페인빌딩마드리드타워가 솟아있다. 마드리드는 이렇게 왕궁 외에 거의 구경하지 못한 채 한식집에서 저녁밥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것으로 아쉽게 관광을 마쳤다. 나는 예전 89년에도 스페인 북부의 팜플로나(Pamplona) 출장길에 마드리드를 경유하며 1박한 적이 있으나 역시 제대로 구경을 못했다.
 

  여기서 기독교도들이 무슬림에게 빼앗긴 이베리아반도를 탈환하기 위하여 수세기에 걸쳐 진행된 레콘키스타(국토회복운동)의 전개와 이후 스페인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11세기에 톨레도 탈환 후 스페인 북반부가 수복되고, 13세기에 남부의 이슬람 거점 중 그라나다를 뺀 코르도바, 세비야가 수복되었다. 또 아라곤왕조(아라곤, 카탈루냐, 발렌시아로 구성됨)는 지중해로 뻗어나갔다. 15세기에 카스티야<이사벨1세>와 아라곤<페르난도2세>의 연합왕국이 1492년 그라나다를 수복하여 레콘키스타가 종결되었다. 또 이사벨여왕은 콜럼버스의 신대륙탐사를 후원하여 “대발견의 시대”를 연 결과 스페인은 차츰 정치, 경제, 군사면의 세계적 제국으로 변모하였다. 
 

  16~17세기의 스페인은 유럽을 이끄는 강대국으로 특히 스페인-합스부르크 왕조의 카를로스5세와 펠리페2세 때 절정에 달하여 중남미, 아태지역(섬), 유럽대륙(불-독-베네룩스 지역)에 영토를 가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다. 그러나 연달아 각종 전쟁에 휘말리면서 17세기 후반부터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18세기 초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 와중에 펠리페5세의 새 부르봉왕조가 시작되고, 카스티야와 아라곤이 합병하여 “스페인”이 탄생했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침략, 19세기 말 대미전쟁 패배, 20세기 들어 ‘23년에 군사독재 시작, ’36-‘39년에 내란 끝에 프랑코 집권(35년간), ’75년에 카를로스1세 즉위, ‘78년에 신헌법 제정 등이 있었다.


제11-12일: 5월 25-25일(화, 수)

  9시 호텔을 출발, 마드리드 국제공항으로 갔다. 비행기를 탑승하고 13시20분 이륙하여 2시간여 만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였다. 환승구역에서 3시간여 대기 후 다시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18시45분에 이륙했다. 이번에도 기내식에 한식이 나왔고, 특히 화장실이 아래층 널찍한 공간에 있어 편리했다.
 

  출발 후 약10시간 만인 5월26일(수) 11시35분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짐을 찾아 나와 일행이 간단한 해단식을 가진 뒤 헤어지는 것으로 11박12일의 관광일정을 마감했다. 

                                                                      (2010년 6월)

  • 은산님 글 잘 읽엇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듯 해서 저는 스페인 안 가봐도 될 것 같습니다.요즘 우리 교당 어르신들 몹시 부럽답니다. 조제민 | 10-07-01 09:03 | 댓글달기
  • 네 어른신들 덕분에 저희들도 행복한 노후를 그려봅니다.
    은산님, 명타원님 건강하게 다녀오세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강자현 | 10-07-01 12:50 | 댓글달기
  • 명타원님 내외분 정말 멋지 십니다.
    저희들은 고생 하나도 않고 돈도 안 들이고 태양의 나라를 구경 했습니다ㅎㅎㅎ
    상세한 설명 감사 합니다
    박덕수 | 10-07-01 22:13 |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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