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외는 5월말 전후에 지리산 종주를 매년 하고 있는 등산 애호가이다. 언젠가는 KBS에서 방영된 스위스 알프스산 트래킹 다큐프로를 보고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작년에 삼성계열사 런던법인장으로 간 둘째사위에게 간김에 지난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알프스산을 평생 동지인 집사람과 단둘이서 배낭을 메고 다녀왔다. 6월15일 런던 히드로 공항을 출발, 낮 1시넘어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하여 취리히 중앙역에서 오늘의 목적지인 그린델발트행 기차를 탔다. 객차는 1등칸과 2등칸으로 나뉘어 있고 좌석제가 아니어서 빈자리에 앉으면 된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약 3시간만인 오후 5시가 넘어 그린델발트에 도착, 역에서 5분거리에 있는 "다운타운롯지"에 여장을 풀었다. 그린델발트(1,034m)는 저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봉우리들과 아름다운 목초지구름으로 둘러쌓인 천혜의 세계적인 알펜리조트다. 주민들은 시내를 빙 둘러있는 언덕위의 그림같은 집에서 살고, 시내는 고급호텔과 모텔, 기념품과 등산용품가게, 식당들만 즐비했다. 거리와 가게에는 세계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넘쳐났고 한국인은 젊은 사람 몇명정도였는데 중국인과 일본인은 단체관광객이 많았다. 특히, 일본관광안내소와 환전소, 일본어 표기안내 표지판까지 있었고 일본인이 운영하는 대형쇼핑센터도 몇개 있었다. 각종 건축물은 거의 나무로 지어져 아름다운면서도 견고하게 보였다. 스위스는 물가가 유럽내에서도 가장 비싼곳이라고 알고 왔지만, 실제로도 비싼 편이었다. 6월16일 오늘은 본격적으로 트래킹을 시작하는 날이다. 퍽 기대가 되고 설레이면서 한편으론 혹시 길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처음가는 길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숙소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곤돌라역에서 종착지인 피르스트까지 약 30분간 곤돌라를 타보기로 했다. 곤돌라에서 내려다 본 골짜기에는 눈 쌓인 계곡, 폭포, 각종 야생화, 쭉쭉 뻗은 침엽수림, 언덕위에 군데군데 파묻혀 있는 별장과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방울소와 산양들까지 글자그대로 환상적이었다. 해발 2,168m에 있는 피르스트는 알프스의 보석으로 야생화가 만발한 눈부신 초원에 있는 곳인데 곤돌라역이외의 건물은 없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산장이 있는 파울호른(2,681m)까지 가서 산장점심을 맛보고 다시 돌아와 피르스트를 거쳐 그린델발트까지 가는 것이다. 길안내 표지판이 잘되어 있고 길도 생각보다 넓고 좋았다. 걸어가는 중에 곳곳에서 야생화와 산양들이 반겨주었고 다람쥐도 뛰놀고 있지 않는가. 독일에서 왔다는 중년부부는 야생화관찰에 열중이었다. 약 1시간정도 걸어 바흐알프호수에 도착하였다. 바흐알프호수(2,265m)는 트래킹하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크리스탈과 같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산정호수다. 갈길이 바빠 돌아오면서 보기로 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비스듬히 경사진 길을 가는데 골짜기의 눈과 길가의 고산꽃들의 조화며 저멀리 조물주가 거대한 반죽을 빚어 놓은 것 같은 알프스연봉들이 입고 있는 은빛 찬란한 만년설을 보면서 우리내외는 이번에 오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알프스봉우리들은 햇빛반사의 각도에 따라 조화를 부려 신비감마저 들었다. 계속 가는중에 오르막길에 눈이 쌓여 있었다. 이 더운 초여름에 눈길을 만나니 반갑기도 했지만 아이젠이 필요없다해서 준비없이 온 우리는 스틱에만 의지해서 올라가기가 매우 힘들었다. 예상보다 눈길이 자주 있고 오르막길이어서 결국 파울호른산장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서기로 했다. 한참을 내려가니 저멀리 아스라히 바흐알프호수가 보인다. 우리내외는 바흐알프호숫가에 걸터앉아 수정같은 호숫물에 발을 담가 보았다. 만년설이 녹아 내린물도 많을텐데 발은 별로 시리지 않았고 자세히 보니 이름모를 물고기도 있었다. 집사람이 이렇게 아름답고 깨끗한 물에서 사는 너희들은 얼마다 행복하냐고 묻는다. 바흐알프호수 주변에는 그늘집이나 벤치등 인공적인 편의시설도 없고 식당이나 가게도 없었다. 날씨가 별로 안좋은데도 일본인 단체를 포함해서 관광객이 꽤 있었다. 여기저기 호수주변에 앉아 점심먹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리도 여기서 어제 새벽에 딸이 싸준 비상용 김밥과 맥주, 과일등으로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집사람이 김밥과 맥주가 이렇게 궁합이 잘 맞는지는 미쳐 몰랐다고 한다. 바흐알프호수에서 피르스트까지 걸어와 곤돌라를 타고 보어트(1,570m)에서 내려 그린델발트까지 다시 걸었다. 내려오는 곳곳에 빙하계곡과 그 물소리, 알펜로제와 야생화, 소, 산양, 염소떼들, 언덕위의 그림같은 집들을 보면서 걸으니 집사람은 흥이 나는지 '아 목동아!'를 한곡조 뽑지 않는가. 그 때 뒤에서 오는 사람이 박수를 쳤다. 영국에서 온 40대남녀로 영국본토에는 산이 없어 휴가차 스위스를 찾았는데 너무 좋아 다음에는 좀 더 여유있게 오고 싶다고 한다. 여자는 회계사고 남자는 경영컨설턴트라고 했다. 내려오다가 시간이 좀 있어 어제 늦게 도착하는 바람데 못간 알레풀루로 돌아갔다. 산허리에 난 좁은 길을 걷는데 침엽수림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뻗어있어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오늘 하루는 약 7시간 가까이 걸은 셈이니 이정도면 알프스 트래킹에 대한 갈증이 좀 가신 것 같다.(계속)
늘 건강 하셔서 백년해로 하시기를 기도 합니다. 박덕수 | 10-10-05 20:35 |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