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민 2010-12-17 13: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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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기일월 직춘추법려 - 구간도실 상량문
원기 95.8.8 조제민
사원기일월 직춘추법려 송수만목여춘립 계합천봉세우명이라는 한시는 대종경 서품 12장에 아래와 같이 나오고 있습니다.
「12.길룡리 옥녀봉(玉女峰) 아래에 이 회상 최초의 교당을 건축할 때, 대종사 그 상량에 쓰시기를 "사원기일월(梭圓機日月) 직춘추법려(織春秋法呂)"라 하시고 또 그 아래에 쓰시기를 "송수만목여춘립(松收萬木餘春立) 계합천봉세우명(溪合千峰細雨鳴)"이라 하시니라.」
상량이 무엇인가 하면 한옥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운 후 지붕을 올립니다. 이 지붕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지붕을 지탱하는 중앙 뼈대에 해당하는 큰 가로 보를 대들보라고 하며 한자말로 상량(上樑)이라고 합니다. 상량을 올리는 날이 그 건물의 탄생일이 되는데 좋은 날을 잡아서 고사를 드리고 이 대들보에 몇년 몇월 몇시에 대들보를 올린다고 먹물로 쓰고 대들보를 올립니다. 이것을 상량식이라고 합니다.
서품 12장 내용은 구간도실이라는 원불교 최초의 교당을 지으면서 상량에 대종사님께서 직접 쓰신 네 구절의 한시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한시의 뜻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오늘 경강의 주제가 되겠습니다. 먼저 이 한시의 뜻을 헤아려보기 위해서는 원불교 최초 교당을 짓게 되는 시점인 1918년 10월이 있기까지의 역사적 그리고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한시의 이해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대종사님께서 1916년 4월에 26세의 나이로 대각을 이루십니다. 1년후 1917년 7월에 제자를 모아서 최초의 단을 조직합니다. 다음해 1918년 4월에 방언공사를 착수합니다. 그리고 3개월후 1918년 7월에 후일에 대종사님의 대를 이으실 정산종사님께서 합류하시고 또 3개월후 1918년 10월에 원불교 최초의 교당을 착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착공한지 2달후 1918년 12월에 교당을 완공하고 완공한지 3개월후 1919년 3월에 방언공사를 완성합니다. 그리고 쉬지도 않고 이어서 바로 법인기도를 시작하고 4개월후 법인성사를 이루어 냅니다. 그리고 그해 10월 6일 바로 불법 연구회를 창립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원불교라는 새 종교가 탄생하여 틀을 잡아가기까지의 엄청난 역사가 마치 초 읽기라도 하는 듯이 매우 바쁘게 이루어 져 왔음을 느낍니다. 동시에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큰 추진력과 위대한 서원의 힘이 성자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휘몰아 치는 그 추진력은 서원과 포부라는 원대한 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만약에 대종사님께서 그 포부를 어디엔가 밝혀 놓으신 바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구간도실 상량문일 것입니다. 새 회상을 펴는 첫 교당이니까 그 대들보에 왜 이집을 짓는가라는 것을 밝혀 놓는 다고 상상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고 그러한 생각이 이 한시를 해석하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사원기일월(梭圓機日月) 직춘추법려(織春秋法呂) 라는 말은 무슨 뜻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사(梭)는 천을 짜는 기계인 베틀의 북을 말합니다. 베틀에서 천을 짜기 위해서는 씨실과 날씰을 촘촘히 엮어야 합니다. 베틀에서는 북이라는 도구에 날실을 감아 놓고 이 북이 씨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날실을 풀어서 천을 짜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둥근 베틀(원기/圓機)의 해와 달을 북으로 삼았다 그런 말이 됩니다. 북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의 틀이 베틀이듯이 해와 달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의 틀은 우주입니다. 그러니까 한시에서 둥근 기계 (圓機) 라는 것은 우주를 베틀에 비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불교 용어사전에 보면 베틀 이야기는 생략하고 원기(圓機)를 두렷한 진리의 큰 기틀이다 그래서 일원상 진리다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전이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한 것이고 한시를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한시에 비유법을 썼으면 그 비유의 대상을 먼저 밝히고 그 다음에 그것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 순서를 밟아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해와 달로 북 질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므로 우주를 원기라는 베틀에 비유하고 있음을 밝혀야 순서에 맞습니다. 그 다음에 그 베틀이 의미하는 바는 두렷한 진리의 큰 기틀이다 그래서 일원상 진리다 라고 해야 시를 감상하는 순서에 맞는 댓귀 해석이 되는 것입니다.
이 우주 속에 해와 달이 돌고 돌아서 우주의 질서를 얻게 되고 뭇생명이 그에 따라 활동력을 얻게 됩니다. (우주의 대기가 자동적으로 운행하는 것은 천지의 도요 그 도가 행함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는 천지의 덕이라-천지피은의 강령에서)우주의 성주괴공과 만물의 생로병사와 사생의 육도변화가 일어나는 우주 질서가 베틀 속에서 해와 달이라는 북이 왔다 갔다 하면서 천을 짜내는 것과 같다는 은유법이 이 한시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둘째 구절인 직춘추법려(織春秋法呂)는 무슨 뜻인가?
천을 직물(織物)이라고 하고 팀을 구성하는 것을 조직(組織) 한다고 하듯이 직(織)이라는 글자는 짠다는 뜻입니다. 한시의 구조가 첫 구절이 베틀과 북질의 이야기이므로 뒷 구절은 안보아도 어떤 천을 짠다는 댓귀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직춘추법려(織春秋法呂)라고 하면 명주실로 천을 짜면 비단이 되듯이 춘추라는 실을 사용하여 법려라는 천을 짠다라는 해석인데 과연 무엇을 비유하고 있는가?
춘추는 봄 가을입니다. 앞 구절에서 해와 달을 북에 비유했으므로 해와 달이 왔다 갔다 하면서 생산되는 실은 봄과 가을입니다. 즉 사시순환이라는 실입니다. 사시순환에 따라 음양 상승이 나타나고 음양상승의 도를 따라 인과보응의 법칙하에 만물의 생로병사와 사생의 육도변화가 그 질서를 얻어서 생명 활동의 모습이 전개되고 있는데 이 결과를 법려라는 천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려(法呂)라는 말이 생소한데 법 법자 법칙 려자 같은 의미의 글자를 중복해서 우주의 질서 혹은 도(道)를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여기까지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사원기일월 말 뜻으로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우주의 둥근 베틀은 움직이지 않는 틀이니 불생불멸의 진리자리요 체자리이요 공자리 인데 해와 달이 운행하여 사시순환이 생기고 음양상승의 이치에 따른 인과응보의 법칙을 따라 만물의 생태장양이 일어나고 심신작용을 따라 진급으로 강급으로 육도사생의 변화가 일어나니 이것은 유무 변화의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대소유무의 이치를 보아다가 인간의 시비이해를 건설하는 새 회상의 판을 짜는 곳이다라는 뜻의 한시를 최초 교당 건축시 상량문으로 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은 송수만목여춘립(松收萬木餘春立)에 대한 감상입니다.
송수만목여춘립(松收萬木餘春立)이란 소나무가 모든 나무를 거두어 들여서 여유있는 봄 속에 서 있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여유 있는 봄이 무엇을 말하는지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겨울이 되면 모든 나무들이 푸르름을 잃고 오직 봄을 기다리고 있지만 소나무는 엄동설한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봄이 모자라서 허덕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봄을 다른 나무에게 나누어 줄 만큼 여유있게 푸르게 서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여유 있게 남은 봄이란 앞으로 세상에 불어 닥칠 동남풍의 소식이며 모든 나무들에게 희망과 생명 기운을 되돌려 줄 새 회상의 봄 소식을 이미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막연한 예언자적 외침이 아니라 성리적으로 일천강에 비친 달은 겨울 바람의 추위에 떨어도 허공의 참 달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것을 이미 아는 까닭입니다. 선천시대가 가고 앞으로 오는 밝은 세상의 봄 모습이 이미 눈 앞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1918년 일제하에 우리 민족에게 희망이 없이 사람들이 실의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그것이 나무들이 엄동설한에 푸르름을 잃고 오직 봄만을 학수고대하던 때에 비유하여 사람들에게 후천시대의 정법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최초의 교당을 세울때 상량문에 들어갈 내용인 것을 알고 감상한다면 전율이 일 것입니다.
다음은 계합천봉세우명(溪合千峰細雨鳴)에 대한 감상입니다.
천봉세우(千峰細雨)란 많은 산에 내리는 이슬비를 말합니다. 계합천봉세우명이란 많은 산에 내리는 이슬비를 전부 합하면 큰 시냇물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이야기는 큰 일을 하기 위해 남녀노소 힘을 다 모으고 세상의 적은 기운이라도 전부 모아서 천둥 같은 큰 소리로 세상을 울릴 수 있다 즉 이 세상에 정법의 소식을 전할 수 있다라는 뜻입니다.
상량문 한시를 내용의 구조로 분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구절 - 우주의 법칙
둘째 구절 - 우주의 법칙에 근거한 새 회상의 조판
셋째 구절 - 새 회상의 목적 (인류에게 봄을 주고자 함)
네째 구절 - 방법(필연적 결과-봉우리 이슬비가 계곡에서 합해짐, 큰 울림됨)
이상으로 구간도실 상량문에 대한 개인적 감상을 마칩니다. 다른 해석이나 제가 미처 못 보았던 새로운 시각에 대한 가르침을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제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