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택 2010-12-21 11: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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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심(痴心)을 내지 말라
김인택
치심의 치자는 어리석다, 미련하다는 뜻의 痴(속자) 또는 癡(정자)로 치둔(어리석고 둔함), 치매(멍청이), 치정 같은 단어에 쓰입니다. 치심은 탐심(貪心), 진심(嗔心)과 함께 삼독심(三毒心)의 하나로 “지혜가 어두운 마음”, “사리를 바르게 보고 판단할 줄 몰라서 어리석고 바보 같은 마음”입니다.
치심을 갖게 되면 사리를 잘못 판단하고 편견에 떨어져 죄업을 짓게 됩니다. 사람을 대할 때 정사(正邪)와 선악(善惡)을 잘 판단하지 못하고, 스스로 죄업을 짓게 되며, 사회악을 조장하게 됩니다. 편견(偏見), 독선(獨善), 배타(排他) 따위도 치심에서 나옵니다.
탐진치(貪嗔痴)는 서로 엉키고 설키어 치심에서 부질없는 욕심이 나오고, 욕심을 채우는 과정에서 마음이 요란해져서 진심이 나오게 됩니다. 우리가 사리간(事理間) 모르는 것을 아는 체, 아는 것을 모른다 하거나, 무식하면서 유식한 체, 없으면서 있는 체, 견성(見性)하지 못했으면서 견성한 체하는 것이나, 도를 이루지 못한 사람이 대중을 그릇 인도하는 것 등은 모두 치심 때문입니다.
치심에 대한 법문을 들어보겠습니다.
원기 18년 11월 25일 대종사님 말씀:
“치심이라 하는 것은 아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알면서도 확실치 못하여 어둡고 멍청하고 병든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하시고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주셨습니다.
* 살생을 하면 어떤 죄과가 돌아올지 입으로는 그 이해타산을 말하면서도 일시적 감정이나 욕심에 사로잡혀 남의 생명을 함부로 죽이는 일.
* 어떤 죄를 지어놓고 늘 양심의 가책을 받으면서 나 같은 죄인이 마음공부를 한들 어찌 성불을 바라겠느냐고 자포자기하는 것.
* 무슨 일이나 열성으로 적공하다가 제 뜻대로 아니 되면 그만 낙망하여 버리는 것.
* 부끄러운 일에는 뻔뻔히 굴고, 안 부끄러운 일은 부끄러워하는 것.(도둑질을 하고서 안 했다고 잡아떼고, 어른에게 인사나 절을 할 자리에 부끄럽다고 무례하게 구는 것)
* 사리간에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고, 또 아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 어떤 일이나 잘못하여 죄를 지었거든 즉시 참회개과하면 선인이 될 수 있는데도 부끄럽다고 죄심을 고치지 않고 남의 눈이나 피하고 숨어 다니는 것.
* 나의 언어행동이 얌전하면 남이 다 알게 되는데 급해서 제가 스스로 칭찬하는 것.
* 무엇을 알면 안다는 상이 있어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경멸하는 것.
* 그 밖에 30계문을 범과하는 것은 모두 치심이 있기 때문이니 치심병을 없애려면 무엇보다 지혜가 필요하니 부지런히 닦아야 한다.
정산종사 법어:
<제6 경의편 21장>
학인이 묻기를 “우(愚)와 치(痴)는 어떻게 다르나이까?” 답하시기를 “우는 시비(是非)를 모르는 어린 마음이요, 치는 알기는 하나 염치없고 예의없는 마음이니라. 하근기(下根機)에는 우자가 많고, 중근기에 치자가 많나니 우와 치를 벗어나야 상근기가 되나니라. 일기(日記)할 때 헛 치사에 좋아했거든 치심에 끌린 것으로 기록하라. 치심의 병근은 명예욕이며, 천치와 우는 비슷하니라.”
<제11 법훈편 17장>
말씀하시기를 탐진치를 대치하는 데 염(廉), 공(公), 명(明) 세 가지가 필요하나니, 청렴은 탐심을 대치하며, 공심은 진심을 대치하며, 명심은 치심을 대치하나니라.
밤에 밝은 등불을 켜면 캄캄한 어둠이 사라지듯이 누구나 꾸준한 사리연구로 지혜가 밝아지면 어리석은 마음은 스스로 멀어집니다. 우리 모두 삼학공부에 정진하여 치심이 없는 밝고 맑은 마음으로 행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마음공부 잘 합시다.
(원기 91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