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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보낸 옛 편지

김인택 | 2011-01-29 15:40:35

조회수 : 2,274

  < 아래 글은 내가 1969년 5/23-9/5 사이(15주) 울산 메탄올공장 건설관계로 영국에 첫 해외출장을 갔을 때 아내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당시 나는 34세, 결혼 6년차로 5, 3, 1살 짜리 세 아이의 아버지, 아내는 3살 아래였음>

  수신:  구훈모 귀하
           (김태문 방) 
           성북구 장위동 75의244 
           Seoul, Republic of Korea

   발신: T.M.Kim 
           c/o Mr. Cooke, The Power-Gas Corp., Ltd.
           Stockton-on-Tees
           England
              

 
                     Dear Honey!                                     6月 29日

  그 동안도 잘 있었을 줄 믿소. 容稙이 百日은 아빠 없는 記念寫眞이나 찍었겠구려. 聖稙이랑 柄進이도 잘 들 노는지?

  난 豫定대로 지난 22日(日) Wolverhampton으로 가서 1週日을 지내고 어제 28日(土) 이곳 Filey로 와 있소. 當初 豫定이라고 적어준 Whitby는 錯誤였고 그보다 조금 南쪽에 位置한 海岸都市.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江陵이나 三陟쯤 된 곳인가 싶소.
  그러나 이곳 日程도 다시 줄여져서 30日(月) 午後에는 Stockton으로 歸還, 末日부터 Power-Gas에 나가게 되어 있다오. 그 以後는 아직 變更이 없고. 그 때쯤 당신 便紙나 받아보려나?

  Wolverhampton은 먼저 略圖에도 적어준대로 Birmingham을 中心으로 한 英國 第一의 工業地帶 “Black Country"의 一部를 이루는 곳으로 그리 살만한 地域은 안 되는가 보던데, 틈이 나기에 멀지 않은 Stratford-upon-Avon(Shakespeare의 都市)과 Oxford를 하루씩 다녀왔습니다.

  Stratford는 平日인데도 觀光客이 제법 붐비던데 그의 Birth Place, New Place 또 그 夫人의 親庭집(? Anne Hathaway's Cottage)도 들러보고 Shakespear's Theatre가 있는 Bancroft Garden에서 많은 사람 속에 섞여 놀다가 왔오. 劇場은 豫約이나 해야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고.

  그저 늙으나 젊으나 雙雙이 情답게 짝지어 놀러 와서는 햇빛 아래 풀밭에 앉고, 눕고, 더러 껴안고 있는 꼴을 보자니 心思가 좀 안 되긴 했지만 어딜 가나 有名한 英國의 Mini Skirt만은 多少 눈요깃감이 되더군요.
  한데 失望(?)한 것은 英國도 男女間에 豫想보다 키가 작고 뚱보가 많아 Mini 아가씨의 脚線도 그리 보기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오. 당신이 여기 온다면 좀 재보고 싶어질 程度. 내 키가 英國서는 普通인 것 같소.

  Oxford는 大學이 放學이라 그런지 무척 한산하더군. University Park라나 넓은 곳에서 누워 쉬다가 博物館과 책房을 구경했는데 내 生前 그리 큰 冊房은 처음이요.
  거기서 당신이 付託한 Play 책을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 Play of the Year"라고 英國 Elek 社刊 Series 中 最近版인 Vol. 29(1964-65), 31(1965-66), 32(1966), 33(1967) 4卷을 샀오. 다른 Vol.은 당장 없어서 사지 않았는데 追後 눈에 띄면 몇卷 더 사 보내리다.

  이 책 말고도 Stockton에는 有名한 畵家의 그림集 等을 또 10餘卷 사 놓고 왔는데 一旦 Power-Gas社로 가면 航空便 郵送을 알아보고 많이 비싸면 船便으로 부칠 豫程이오. 會社로 다른 書類와 함께.

  여기 Filey는 海水浴場이라 어제 오늘 週末을 利用한 休養客이 꽤 몰려 왔더군. 해가 바짝 나지 않고 氣溫도 25℃ 前後 같은데 물이 따스한 듯 오늘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海水浴服 차림으로 물에 뛰어드는 걸 보았오.
  더러 Bikini 차림도 보이고. 海雲臺와 西歸浦 생각이 절로 납디다. 실상 海岸에 늘어선 建物들(主로 Hotel)을 빼면 우리 바다가 훨씬 上等이오. 거기서도 당신의 날씬한 水泳服 차림과 水泳 솜씨를 자랑하고 싶어졌다오.

  그보다 英國을 旅行하면서 家族끼리 休暇를 맘껏 즐기는 걸 보고 나도 요번 歸國하면 그런 機會를 좀 만들어 보리라 다짐을 해봅니다. 또 당신이 付託한 옷가지를 사보려고 百貨店을 들렀을 때 結婚後 내 손으로 당신 옷 한 가지도 사주거나 맞춰준 적이 없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오. 未安!

  내게 시집 와서 아이 셋 낳아 기르느라 苦生만 했지 무슨 호강을 시켜주었나? 내 이번 돌아가선 당신을 더 끔찍이 爲해 주리다. 지금도 때때로 꿈에 당신을 보곤 한다오. 더러 달콤하고, 안타깝기도 한 꿈을---. 날씨나 흐리고 비가 와서 Hotel 房 안이 서늘한 때면 당신 생각이 더 나는 걸.

  明順氏에겐 Card 부쳤오. Mr. Thompson은 한번 만나보았는지?

  이만 줄입니다. 健康을 빌면서.                        당신을 사랑하는 泰文 씀         

  • 언젠가 제게 은산님 일기를 보내 주셔서 감동깊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일기의 내용에서 옛날의 정취도 느낄 수 있었지만 살아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실 수 있는 용기에서 저와 같은 후진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명타원님께 보내신 40년이 지난 편지에서 또한 살아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종문 | 11-01-31 14:40 | 댓글달기
  • 지금 두분의 그 모습이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젊은 부부들에게는 귀감이 되시는 모습입니다.
    많은 세월이 지나고 저도 은산님처럼 용기를 내어 옛편지를 올릴 수 있도록 잘 살아야겠습니다.
    강자현 | 11-01-31 19:16 |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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