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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옆의 교훈 - 3/6자 회보 3면 원고

조제민 | 2011-03-05 02:29:27

조회수 : 2,427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옆의 교훈

계절은 3월초인데 꽃샘 추위가 매우 차다. 멀리 느껴지는 봄은 겨울산의 메마른 가지 속에서 숨죽여 있는 듯 하지만 매화로부터 산수유 개나리 순으로 움트기 경쟁하는 소리가 마음의 귀에는 요란하다.

이제 곧 며칠만 있으면 산천초목의 색깔이 푸르게 변하고 세상은 꽃밭으로 물들면서 탄생과 새 생명의 소리로 가득 찰 것이다. 대나무 밭을 달려가는 바람 소리가 파도 소리 같고 밤새 갑자기 많이 내린 봄비에 새벽 도랑물 콸콸 넘치는 소리도 생생 약동하는 삶의 소리일터, 만물은 항상 꿀벌처럼 자기 삶을 살기 위해 분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 때 찬 바람 속에서 양지바른 곳의 따스한 햇살이 정겹게 느껴질 때, 그 바위 밑에서 졸다가 죽겠다던 한 수행 스님의 환영이 떠 오른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납니다. 화계사 주지도 놓고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도 놓고 조계종 승적도 놓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납니다. 환경운동을 하면서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었습니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제 자신의 문제가 명료해졌습니다.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가 죽고 싶습니다.’

김경일 교무님과 함께 삼보일배로 유명해진 수경스님은 작년 6월 그렇게 우리 곁을 훌쩍 떠났다. 이름이던, 칭찬이던, 자리이던, 돈이던, 권력이던, 뭐던 스님은 우리가 가질려고 하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저 목탁소리만 울리며 겨울 속으로 떠났다.

요즘 늦 겨울, 따스한 양지바른 곳에 자주 눈길이 가는 이 시기에 자꾸 스님 생각이 난다.

나도 따뜻한 겨울 양지바른 곳에 앉아 모든 것을 놓고 졸고 싶다.

그냥 큰 공부하는 분들과 친구하고 싶어서이다.

그러나 그대로 가기에는 아직 일이 좀 더 남아 있으니 큰 공부하는 그릇 되기에는 거기까지가 한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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