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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의 봄

원성덕 | 2011-04-27 15:20:52

조회수 : 2,277



 

 

봄이다.

 

봄이 오는 길목은 여지없이 분주하다.

겨우내 얼어 붙었던 냇가에 움츠렸던 개구리가 뛰어나

오고, 하늘 높이 떠서 하루 종일 조잘대는
 

종달새 소리가 더욱 그렇다.

 

봄이 오는 악양들은 온통 짙은 녹색물결로 출렁인다.

새파란 보리밭에 새참을 이다 나르는 아낙네들,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괭이질하는 농부들의 마음에도
봄은 왔다.

 

나의 집 옆에는 조그만한 우물이 있었다. 두레박으로

물을 퍼올리는 작은 우물이었다
.

그 옆에는 좀 키가 큰 석류나무 한 그루와 나지막한 그

러나 옆으로 가지가 제법 퍼진 앵두나무 한 그루도 있

었다
.


그 앵두나무는 봄이 오면 제일 먼저 진한 분홍색 꽃망

울을 화사하게 터트렸다.


그리고는 곧 빨간 앵두열매를 송글송글 맺어주었다.


탐스럽기 그지없어, 몰래 라도 따 먹지 않고는 잠이 오

질 않았다
.

벌 나비는 이 꽃 향기에 빨려 들듯이 매일 날아들었고,
우리는 늘 앵두나무 꽃 보는 재미로 우물가를 드나들었

,


이렇게해서 악양의봄은 유난히도 빨리 지나갔다.

 

내가 살던 고향, 악양둑

뒤로는 길게 늘어진 강둑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강둑 여기저기에는 갓 솟아난 새파란 잔디풀잎 사이로

겨울내 움츠리고 있던 제비꽃들이 빼꼼이 고개를


수줍은 듯이 내민다
.
 

앞으로 확 터인 들판의 초록 물결은 파란하늘과

오버 랲 되면서 에머랄드 빛으로 변해 가고,
봄볕

이 비스듬히 깔리는 들판은 온통 녹음과 꽃으로

둘러 쌓인 축제의 장이었다.


그 자연의 축복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골고루 퍼져 있

었다.


단지 누가 그 축복을 온전히 잘 받아가느냐는 순전히

우리자신의 몫이리라.

 

악양 강둑 뒤에는 시원한 남강 물줄기가 악양루를 휘감

고 흘러간다..


남강 물줄기는 대산면과 의령군을 단숨에 갈라놓고 말

없이 흘러내린다.

 

엣날 옛적에는 처녀뱃사공이 여기에 살았다 한다.


그 처녀뱃사공은 하얀 모래알이 반짝이는 명경같이 맑

은 강물 위를 단숨에 스치며 노를 휘저어 이 강을 건넜

으리라

 

그 처녀뱃사공의 어여쁜 손에는 군살이 박혔어

도 아마 얼굴은 참하고 이뻤을거야 ….’


아니지, 효녀 심청처럼 애띤 고운 얼굴에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아가는 가련한 착한 소녀 였을까
…?’

소리없이 흐르기만 하는 강물을 보고 노를 젖는 수심에
찬듯한 처녀뱃사공을 상상해 본다
.…

강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아무도 묻지를 않듯이….


인생이 무엇이냐고 묻지도 않는다
.


마치 삼등열차 좌석에 기대앉아 정처없이 떠나는 나그

네 처럼 종착역이 없었다
.

그저 길이 있으니 갈뿐이고, 그러다가 해가 저물면 쉬

었다가는 것이리라
.

파아란 하늘밑 허허벌판에 벌거숭이로 내던져진 우리네
인생...


무엇을 그리 그리워 할 것도 없고, 무엇을 그리 애닯아
할 것도 없었다.


마치 모진 겨울찬바람을 이겨내고 길가의 작은 모퉁이

에 핀 민들레 꽃이 밟히고 또 밟히어도


길가는 사람을 나무라지 않고 언제나 노랗게 다시 피어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말없이 살라는 말이리라
.

잠시 부질없는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돌아온다.

 

밤이 되면 까만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빛이 은하수

되어 흘러내렸다.


별빛이 흐르는 악양둑 풀밭은 온통 한여름밤의 세레나

데였다.


그 소년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하모니카 소리와 기타소

리에 젖어 밤이 깊어 가는 줄 도 모른체, 풀밭에 누워

캄캄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헤아리고 있었다.

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파라... 

내고향 함안군 법수면 악양동 107번지 ....



*꽃비가 눈발되어 흩날리는 어느 나른한 오후... 옛날 살던 고향생각이나서 한번 적어 올리봤습니더~~

  • 반갑슴다. 오랜만에 글을 올리니 참 좋습니다.
    꽃 바람 피는 그리운 고향^.^ 내 고향 남촌이 생각나는군요.
     군 생활을 하동 금남면에서 하면서 백운산 자락 겨울되면
    ATT훈련 악양면 미점리방향으로 해서 섬진강을 타고
    지리산쪽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깡촌에서 자랐군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였으니
    허허벌판 벌거숭이로 내던져도
    잘 살아갈 수있는 원천이 아니엇을까요.
    단란한 가족입니다. 자연이 주는 에너지는 무한인 것 같습니다.
    김형안 | 11-04-27 16:26 | 댓글달기
  • 감사합니다. 원성덕 | 11-05-02 19:06 | 댓글달기
  • 어릴때 살던 고향은 정말 마음에 늘 따라 다닙니다. 경상도 쪽으로 버쓰를 타고 가는데 코끝을 스치는 흙냄세가 옛날 에 마시던 그 냄세 이더군요. 참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주 글 보여주세요. 잘 읽었습니다.
    박덕수 | 11-04-28 08:10 | 댓글달기
  •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성덕 | 11-05-02 19:04 | 댓글달기
  • 원 거사! 드디어 돌아왔구먼. 그대 10년전에 이 홈피 무대에서 꽤나 분주하게 할동하던 기억 나시는가?  10년 만에 그대의 글을 보는 감회는 몹시 남다르네. 악양의 봄이란 함안의 악양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놓친 10년 세월의 문턱을 기웃거리는 추억의 향수가 아닐까 생각해보네. 그때 그 봄날의 시절,  참된 진리가 무엇인지 토론하고 잠자는 교도를 깨우자고 합숙 토론회를 주관하던 그대, 이제 돌아 왔으니 반가우이.
    그리고 문체가 예사롭지 않구먼. 작년에  영국 석사 땄다고 하더니만 영국 석사를 국문학으로 따셨나? 좋은 글 많이 올리시게. 바보 합장
    조제민 | 11-04-28 09:01 | 댓글달기
  • 10년전처럼 또 한번 미친개이처럼 날뛰보까? 민산???  ㅎㅎ 진리는 하늘끄테 있나? 일원상에 있나? 내 글 속에 있나??? 원성덕 | 11-05-02 18:59 | 댓글달기
  • 너무 화려하고 또 소박하고 근사한 봄 찬양이십니다. 여기서도, 교당에서도 자주 뵙기를 희망합니다. 강자현 | 11-04-28 11:15 | 댓글달기
  • 감사합니다. 원성덕 | 11-05-02 19:00 | 댓글달기
  • 제가 분당 교도인걸 아시고 은혜의집 교무님 한테서 원성덕님의
    성함을 첨 들었었습니다. 원 성덕님과 임성원님께 감사한마음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홈에서 뵙게되 반갑습니다.
    임성명 | 11-04-28 13:52 | 댓글달기
  • 부끄럽습니다. 원성덕 | 11-05-02 19:02 | 댓글달기
  • 어느 작가의 글을 퍼온것으로 알고 읽다가 마무리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악양의 봄, 언제적인가 무협지에 나왔던 지명 같기도 하여서 중국의 어느 곳으로 생각했는데 성덕님의 고향마을이었군요. 지금은 너무도 도시화가 되어버렸고, 아이들이 없는 시골 고향이 되었는데 이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준 고향은 다 어디 갔나요? 제게도 아름다운 고향의 추억이 많이 있지요. 감사합니다. 정종문 | 11-04-29 17:27 | 댓글달기
  • 과찬입니다ㅎㅎ 심심해서 그냥...올리본깁니다. 원성덕 | 11-05-02 19:03 |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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