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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상 진리를 나누는 지혜를 찾아서

김경애 | 2011-05-21 16:03:11

조회수 : 1,969

 종교에 대한 편견 깨기.hwp (16.0K) [12] DATE : 2011-05-21 16:03:11

제목 : 일원상 진리를 나누는 지혜를 찾아서

  제가 원불교에 입교하고 교도가 된 지 어느 덧
4년여가 되었습니다. 처음 일요 법회에서 교도님들의 독경 소리는 낮았고 고즈넉했습니다. 마치 몰래 밀교에 온 것처럼 낯설기도 했습니다. 세 살 박이 딸아이를 데리고 목요공부, 일요 법회에 다녔습니다. 종교인이 되어 가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새로운 삶의 출발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1년 여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곳에서 종교는 삶이었고 문화이며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음식 같은 게 아닌 것입니다.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이 섞인 다민족 국가였던 말레이시아는 종교의 나라였습니다.

말레이인들은 대부분 이슬람 교도로서 마을 곳곳마다 모스크가 있고, 사원에서 무슬림들의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나라입니다. 특히 여성들은 온 몸을 감싸고 다녔으며, 매주 금요일에는 남자들이 기도하러 가서 공공기관에 가면 휑했습니다.

중국인들은 불교도입니다. 가게나 집 앞에는 불상을 따로 차려 놓고 향을 피우며 기도하면서 아침을 맞이합니다. 양력 설에는 거리 천지마다 붉은 등을 매달고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우리나라 절처럼 산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한 가운데 절이 있습니다. 장례를 치를 때도 우리 나라와 비슷한 상여와 이를 따르는 추모객의 행렬이 스님들의 독경 소리를 따라 장지로 향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인도인들은 힌두교도로 얼굴에 붉은 색 칠을 하고 다닙니다. 인도 사원에는 화려한 장식으로 신들의 조각상들이 있었고, 신비로운 사원을 지었습니다.

그 외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인으로 교회를 다닙니다. 이슬람국가라서 교회는 있어도 십자가는 없었습니다. 이웃에 사는 일본인 친구들은 여호와증인 교도이기도 했습니다. 종교의 인연으로 외국에 왔고, 교리 공부도 지극했습니다. 한 종교로 묶인 그들의 단합은 집구하는 일부터 모든 일상이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 나라에 이렇게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도 대단한 일로 보였습니다. 그때 종교는 필요하겠구나, 아니 정신적 바탕을 이루고 어떻게 살아갈지 방향을 정해주는 것이며 그 안에서 행복하고 따뜻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한 가지 좋은 비결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타인의 종교에 수용과 배려심을 가지는 자세입니다.

무슬림들은 라마단(금식기간)을 마치면 모든 관공서에서 오픈 하우스라 해서 음식을 나누는 행사를 합니다. 국왕에서부터 각 주의 주지사들은 성대한 잔치를 엽니다. 그 때 우리 부부도 무슬림 가정에 초대되어 한 끼의 식사였지만 이슬람식 삶의 균형과 따뜻함을 받았습니다.

중국인들은 설을 약 15일이나 연휴를 즐기는데 각 마을모임에서 사자춤을 열고 집집마다 돌면서 복을 기원해줍니다. 외국인에게도 그 문호는 낮았습니다. 끝 무렵에는 떡과 찰밥과 같은 중국 전통 음식을 일일이 나눠주었습니다.

인도인들은 말레이시아에서 하층 계층을 형성합니다. 그들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낮은 계층에 속해서 학교 경비나 청소 같은 일을 담당합니다. 매년 1월 경 힌두교도들이 여는 타이푸삼은 그들의 신인 스리마하마리암만과 그의 아들 무루간의 고행을 통해 그들의 신을 경배하는 날입니다. 3일 연속 대규모로 여는 타이푸삼 축제를 보면 그들은 가장 하층의 일을 하는 애환은 잊고 모든 외국인들에게 신나고 흥에 겨운 춤과 갖가지 음식을 공짜로 베풀어 줍니다.

언어 조차 다르게 쓰는 말레이시아인들은 쉽게 분열되고 반목할 수 있는데도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각자의 종교의 권위를 세우지 않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법을 아는 것 같습니다. 종교 이념의 벽을 넘고 열린 축제를 통해 화합을 다지는 모습은 큰 지혜를 주었습니다.

원불교도로서 원기 100년을 기다리는 마음가짐을 정했습니다. 말레이시아인들의 지혜처럼 제 삶의 주변 인연들마다 열린 가슴으로 대종사님의 일원상 진리를 나눌 수 있는 힘을 키워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2단 김경애.

  • 여기는 춘천입니다. 비가 소슬하게 내려 호반의 안개는 아스라히 퍼집니다.
     빗물에 닿는 이파리마다 푸르게 돋는 기쁨의 빛깔이 퍼집니다.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이렇게 소박한 글이 나왔습니다.
     날짜를 제대로 확인 못해 미리 원고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윤대원 교무님,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딸애가 빨리 나가자고 야단이네요. 모두 감사합니다.
     기회가 있다면 말레이시아 페낭에서의 낯선 경험과 배움을 나누겠습니다.....
    김경애 | 11-05-21 16:08 | 댓글달기
  • 입교 년도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모든 종교의 성자가 가리키는 곳은 같다고 말하죠.
    그것은 아마도 열린 마음으로 일원상 진리에 합일하는 것이라
    생각이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동이군요.ㅎㅎㅎ
    김형안 | 11-05-23 21:35 |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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