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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숨쉬는 옥탑 텃밭-구명신

이선조 | 2011-07-26 16:54:52

조회수 : 2,398

마음이 숨 쉬는 옥상 텃밭

 

분당교당 구 명 신

 

올해에도 옥상에 스틸로폼 박스와 화분에 채소를 심어 화분 텃밭을 가꾸고 있다. 10여년 전 은퇴 후 이곳 수내동 뒷산 불곡산 자락에 터를 잡은 이래 채소 가꾸기는 해마다 빠뜨리지 않고 늘 즐겨 해온 연중행사이기도 하다.

옥상텃밭은 아침마다 올라가서 물을 주면서 얼마나 컸는지 살펴보고 벌레도 잡아주고 방울토마토며 고추가 또 몇 개가 더 열렸는지 들여다보는 재미로 키우는 관상 겸용 텃밭이기도 하다.

실은 우리는 몇 년 동안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진짜 텃밭이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성남시농업기술세터에서 노인들의 여가와 건강을 위해 무상으로 분양해 주는 5평 정도의 텃밭 가꾸는 재미가 쏠쏠했다. 씨앗이며 모종도 나눠 주고 농사기술도 지도해 주었고 텃밭에 나가면 이웃 텃밭에는 무슨 작물을 심었는지 이 밭 저 밭으로 구경 다니는 재미도 진진했다. 200여개의 작은 밭에는 각자 필요하고 좋아하는 작물을 심은 탓에 주인 수만큼 심은 작물도 각양각색이었다.

올 봄에는 분양 수요자가 많아 추첨에서 달랑 떨어져서 그나마 작은 텃밭이 날아가 버렸다. 그러긴 해도 나는 옥상에 필요한 만큼 큰 화분에 이것저것 채소를 키울 수 있는 넒은 공간이 있어서 내가 안 된 것이 다행이었다.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떨어졌다면 일년 채마밭을 접고 두 손 놓고 앉아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텃밭은 어디나 크기가 작기 마련이지만 그 작은 공간을 쪼개어서 쌈용 상추며 고추, 가지, 짱아지용 들깨와 콩잎, 아욱과 파 등 오밀조밀하게 욕심껏 심어도 땅에 심고 부지런히 정성만 기울이면 풍성한 수확을 안겨 주곤 했다.

텃밭이 없어지고 나니 그 텃밭이 베풀어 준 은혜가 새삼스럽게 소중하게 다가온다. 생각해 보니 텃밭은 말없이 마음을 내 본래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으며, 마음과 마음을 쉽게 이어 주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의 섭리가 순리대로 숨 쉬는 곳에서 자라나는 채소들과 기운으로 주고 받아서 인지 모르겠으나 옥상에 올라가서 이들과 마주하고 앉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고요해지고 아무런 생각도 없어지는 소중한 느낌을 받곤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채소와 화분을 돌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들 식물들에게서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결로 원예치료를 받는 큰 은혜를 입었는지도 모르겠다.

땅 내음이 물신 나는 바깥의 텃밭은 친구 이웃과 더불어 유기농 채소를 나누어 먹는 나눔과 보은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여 주었고 , 가을이면 농약을 치지 않은 단단하고 맛있는 배추로 김장을 하여 아랫세대 아이들과 건강한 먹거리를 나누면서 젊은이와 서먹했던 가족간의 정도 이어가게 하는 덕을 베풀어 주었다.

텃밭 가꾸기를 해보면 심고 거두는 자연의 섭리와 심고 가꾼 만큼 비료주고 손길을 준만큼 결실로 돌려주는 너무나 자명한 인과의 이치를 다시금 깨우쳐주고 그 위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심은 대로 거두는 구나...”하고 가슴이 서늘해지질 때가 있다.

채소 가꾸기가 텃밭이나 옥상 화분이나 다르지 않지만 딱히 그렇지 만은 않다. 사람 사람마다 마음으로든지 일로든지 만나고 마음 주는 정도에 따라 친소가 있게 마련이듯이 채소 나 화분을 가꾸면서도 비슷한 체험을 하게 된다. 옥상 채소 가꾸기는 가까이 있어서 자주 가서 보고 손길을 주고 챙기다가 보면 살뜰한 정감이 더 가게 마련이고 벌레가 꼬였는지 또는 성장상태가 괜찮은지 등 관찰하면서 관심을 더 가지게 된다.

땅과 달라서 화분에 재재한 작물은 한정된 좁은 공간이어서 물을 제때에 주지 않으면 말라버리기 때문에 정성 성자가 꼭 들어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작물 상태에 따라 모종삽질이나 비료를 조금씩 보충해 주어야 잘 자라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생각 날 때마다 올라가 보고 긁어주고 보살펴주어야 한다.

채소농사에서 상추와 기본이고 케일이며 피망, 호박, 오이, 가지 등 을 심는데 모종이 커서 꽃이 피고 벌을 불러들여 열매를 맺고 커가는 것을 들여다보며 손길을 주다가 보면 한나절 몇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버스를 기다릴 때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는데, 이럴 때 시간은 언제 지나가 버렸는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라는 느낌만 들 뿐이다. 동화책에 나오는 립반륑클이 산에서 잠간 한잠 자고 나서 깨어보니 몇 십년이 흘러서 아는 사람이 모두 사라져 버렸는r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시간감이란 것이 상황 따라 길게도 짧게도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닐가 싶다.

 

장마가 끝나고 뙤약볕이 내려쬐는 더위가 한 이틀 계속하더니 일찍 열렸던 고추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다. 케일은 몰골이 말이 아니다. 장마동안 배추벌레들이 기성을 부리고 큰 잎부터 새잎파리까지 다 갉아 먹어치워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꼴이다. 그래도 뽑아버리지 않는 것은 이 더위 동안 벌레를 부지런히 잡아주면 가을에 비타민C가 가득 품은 싱싱한 잎을 피워 낼 것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도 케일을 살려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아침마다 손길을 주고 있다.

화분코너에서는 하얀 제주난이 꽃을 피워 깨끗한 자태를 자랑하더니 오늘은 연노란 천사의 나팔꽃이 길다란 꽃대를 활짝 터뜨려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한 여름동안 부지런히 피고 열매를 맺어야 하는 자연의 순환이 지금 우리 화단과 채소화분에서 한 치의 착오도 없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 그림이 휜히 그려지내요.
    저도 15평 배란다 화분에 고추를 10포기 심었는데
    무척 많은 열매를 준답니다.
    노란 꽃을 피우며 늠늠함을 자랑하고 베란다 경사판을
    이리 저리 거미 줄처럼 ㄱ그네를 타는 호박 2마리,
    영롱하고 맑디 맑은 가을 하늘처럼 파란 옷을 입은 5년생 도라지,
     다보탑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상추,
    자르고 나면 이내 자라는 부추,
    이런 녀석들이 외로운 베란다 한켠을 채우고 있다.
    이놈들을 바라보면
    많은 생각들이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안정제 역활을 하죠.
    그리고 이놈들의 특징을 알면 이내 친해 질 수 있답니다.
    자연과 하나될 수 있는 맑음이여.
    채소들이 자연이고
    이것들이 곧 사람들이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느낄때 어느듯 50고개를 넘고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ㅎㅎㅎ
    예전에 주신 엔젤 트럼펫은 천국으로 가셨답니다. ㅋㅋㅋ
    김형안 | 11-07-29 18:47 | 댓글달기
  • 텃밭 가꾸며 뿌린데로 정성을 들인만큼 돌아오는 진리를 실감나게 보고계시는 명타원님!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꽁꽁 숨겨두세요. 소태산문학 책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공개를 하면 재미없잖아요?ㅋㅋㅋ 박덕수 | 11-07-31 15:39 |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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