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택 2011-09-26 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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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암에 노송이요
2단 김인택
# 설악산 탐승(探勝) -65년 5월
층암에 노송이요 절벽에 단풍이라
운교를 건너보니 선경이 여기로세
잔 들어 승경을 노래할 제 해가는 줄 몰라라
* 층암(層岩), 노송(老松), 운교(雲橋), 선경(仙境), 승경(勝景)
와선대 지나가니 구름 속에 비선대라
반석이 누운 곳에 청담이 몇 곳인고
오련폭 나는 물결이 귀면암을 씻노라
* 와선대(臥仙臺), 비선대(飛仙臺), 반석(盤石), 청담(靑潭), 오련폭(五連瀑), 귀면암(鬼面岩)
# 진주관광(晉州觀光) -76년 4월
촉석루 웅장한데 강기슭에 의암 있다
이름난 논개사당 향연만 그윽하다
오늘의 가인미희도 나라 생각 하는고
* 촉석루(矗石樓), 의암(義岩), 논개사당(論介祠堂), 향연(香煙), 가인미희(佳人美姬)
# 봉축불탄(奉祝佛誕) -86년 5월
절마다 암자마다 연등의 꽃밭인데
낭랑한 염불소리 극락정토 인도한다
사바의 백팔번뇌 자취 없는 오늘이라
* 암자(庵子), 연등(燃燈), 극락정토(極樂淨土), 사바(娑婆), 백팔번뇌(百八煩惱)
# 명진천하(名振天下) -86년 9월
시골의 무명초가 아시아의 김진호라
삼관왕 보물함은 가마 속의 예물인가
명궁의 이름 높으니 흑응산의 요정이라
* 무명초(無名草), 김진호(金珍浩), 삼관왕(三冠王), 보물함(寶物函), 예물(禮物), 명궁(名弓), 흑응산(黑鷹山), 요정(妖精)
<예천(醴泉)출신인 김진호가 86년 아시안게임 여자양궁에서 3관왕이 된 뒤에 지은 ‘이름을 천하에 떨치다’란 제목의 시조. 흑응산은 예천읍 뒷산>
이상은 나의 4형제 부부가 지난 9월 19일 분당교당에서 부친(김현종님)의 제사(=열반기념재)를 지내면서 낭독한 고인(故人)의 시조 중 일부이다. 작고 후 펴낸 유고집(遺稿集) ‘추강문집(秋崗文集)’에는 ‘50년대~’80년대의 약40년 사이에 쓰신 수백수의 시조를 비롯한 글들이 실려 있다.
지난 5월 분당교당에서 지낸 모친 제사 때는 휴일이어서 네 아들은 물론 두 손자 부부까지 10여명이 참례하였다.
나의 4형제는 종교가 서로 다른데도 ‘83년 모친상(향년 80세)과 ‘87년 부친상(향년 82세) 때 모두 여의도교당 주관으로 원불교식으로 장례식을 치렀다. 또 일곱 번씩의 천도재도 형제자매의 전적인 참여 속에 여의도교당에서 지냈다. 두 번의 장례식은 고향인 경북 예천의 선산을 찾은 조문객들에게 낯선 원불교의식을 선보이는 기회였다.
처음 모친의 임종을 앞두고는 부친과 형제들에게 원불교의식이 간소하면서 정중한 점을 들어 동의를 받았다. 그 때 부친께서는 꽃다발에 둘러싸인 모친의 영정을 보고 “너의 어머니가 호강이다”고 하시더니 뒤에 본인의 장례도 그렇게 하라고 동의하셨다.
이후 20여 년간 부모제사는 형님댁에서 전통식으로 지내다가 몇 번 예외적으로 원불교 교당에서 치른 적이 있다. 그러나 형제가 이제 60-70대로 집에서 제사 지내기가 점점 벅차서 금년부터 원불교교당을 다시 찾게 되었다.
교당에서 원불교식으로 제사를 지낼 때 고인의 ‘약력소개’가 있다. 그런데 생전에 사회활동을 하던 분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 어머니처럼 학력도 경력도 없는 이는 어떻게 하나? 이 대목에서 원불교 열반기념재의 진가(眞價)가 드러난다.
우리 어머니들은 대개 평생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시부모 받들기, 남편 뒷바라지, 숱한 자식 기르기에 덧붙여 친척과 이웃을 돌보고 돕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활동상을 정리하여 ‘약력소개’를 하게 되면 자녀들은 부모님 은혜를 새삼 되새기고, 손자녀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떤 분이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부모님 제사를 지낼 때 재고할 사항 두어 가지를 생각해본다.
첫째 날짜조정 문제. 제사는 원래 돌아가신 날(=忌日) 저녁에 지내지만 기일이 평일인 경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참석하기가 어렵다. 대신에 며칠 앞서 주말을 택하면 더 많은 자녀와 손자녀가 참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합동제사 문제. 부모가 돌아가신 지 몇 년이 지나면 부친과 모친의 제사를 어느 한 쪽으로 모아 함께 지내는 방안도 고려함 직하다. 원불교에서는 매년 6월 1일(6.1대재)과 12월 1일(명절대재)에 전교당에서 조상 합동제사를 지내기를 권장하고 있으니 그렇게 하든지 아니면 부친의 기일에 부모 합동제사를 지내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이제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겠다.
나의 장인은 ‘98년(향년 82세) 11월, 장모는 ’07년(향년 91세) 5월에 작고하여 분당교당 주관으로 장례식과 천도재를 치렀다. 이후 매년 기일에 앞서 토요일 저녁에 분당교당에서 제사를 지내니까 자녀, 손자녀, 증손자녀까지 약20명이 대거 참례한다. 그리고 작년 5월 장모의 3회 기일에 고유를 아뢰고 금년부터 장인의 기일인 11월에 합동제사를 지내기로 하였다.
층암에 노송이요 절벽에 단풍이라.
절묘한 감칠맛이 납니다.
이산법사님께서 발인법문 하셨군요. 이선조 | 11-09-27 08:34 |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