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택 2011-10-11 10:00:03
조회수 : 1,952
과외 공부
김인택
지난 여름방학에 미국에 사는 외손녀와 손자가 오랜만에 귀국하여 우리 집에 한 달 남짓 머물다 갔다. 딸네가 7년 전 애들이 초등학생일 때 미국으로 건너간 뒤 이번에 손녀는 대학에, 손자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였다.
대학생이 된 손녀와 달리 손자는 여기 있는 동안 마냥 놀릴 수가 없어 학원의 SAT특강에 보내기로 했는데 딸이 나더러 물리(物理, physics)와 화학(化學, chemistry)을 가르쳐줄 수 없겠느냐고 물어서 잠시 주저하였다. 30여 년 전 아들딸이 고등학교를 다닐 때 가끔 수학, 물리, 화학 등을 가르친 적이 있지만 지금 와서 그게 가능할까?
당시에 고교 물리를 가르치면서 단위(單位, unit)가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내게 익숙한 C.G.S.(cm, g, sec) 대신 SI 단위인 M.K.S.(m, kg, sec)가 나와서 예컨대 힘은 ‘뉴톤’, 압력은 ‘파스칼’로 나타내었기 때문이다.
나는 ‘80년대에 새로 물리, 화학의 대학교재를 사서 공부한 적이 있다. 하여튼 과외를 해보기로 마음먹고 적당한 교재부터 찾아보았다. 손자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도미하여 일상적인 한국말을 듣고 말하는 데 지장은 없지만 책은 미국 것이라야 했다. 영어로 쓰인 교재를 가지고 한국말로 설명을 해야겠구나. 일단 인터넷 amazon에서 고등학교 교재를 검색하여 적당한 책을 두 권 샀다.
우선 첫 페이지부터 매일 조금씩 예습해 나갔다.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지만 어떤 대목은 하도 공부한 지 오래 되어 낯이 설었다. 영어 전문용어의 경우 화학분야는 대학과 직장에서 수십 년간 사용하여 문제가 없지만 물리는 우리말로 모르는 용어가 더러 있었다. 어떤 단어는 영어사전에서 발음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예컨대 helium은 ‘헬륨' 대신 ’히일리엄‘ 처럼 발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꾸준히 물리, 화학을 공부하는 것을 보고 손자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이게 재미있으세요?” 시간만 나면 게임에 몰두하는 그로서는 모두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준비한 물리, 화학 과외는 결국 불발(不發)로 끝나고 말았다. 손자가 무더위 철에 오전에 꼬박 과외를 하고 오후에 또 다른 과목까지 하기 싫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울 것을 무엇 때문에 선행학습을 하느냐고 항변했다. 결국 엔지니어를 희망하는 손자에게 물리, 화학은 중요한 기초과목이라는 것과 대략 어떤 제목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끝냈다.
나는 물리와 화학에 얽힌 몇 가지 추억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6.25 사변 중 신병으로 3년을 쉰 뒤 고향의 농고에 편입하여 2년을 다니고 졸업했는데 화학은 매주 1-2시간씩 배웠으나 물리는 아예 교사조차 없었다. 고3 겨울방학에 상경하여 입시학원에서 2개월간 영, 수와 함께 화학, 물리를 배우고 서울공대에 겨우 합격했으니 그 실력이 형편없었다.
공대시절. 1학년 때 교과서로 일반화학은 번역본을 썼지만 물리는 교과서 없이 교수 강의만 들으며 우리말과 일어 참고서를 쓰느라 제대로 공부를 못하고 시험 때도 고전을 했다. 2학년 때 물리화학, 공업역학, 유기화학, 분석화학 같은 과목을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화학, 물리 실력이 좀 붙었다. 그리고 고교시절에 하도 못 배운 한을 풀 겸 2-3학년 방학 중 고향에서 농고에 다니는 아우와 그 친구들에게 공짜로 수학, 물리, 화학 과외를 했다.
지금 초등학생인 두 손녀가 중고등생이 되면 80대 할아버지가 그들과 함께 물리, 화학을 공부할 수 있을까?
수도원에서는 원로님들이 교리공부를 서로 돌아가며 발표하기도 하고 후배를 불러서 교리 강의를 듣기도 한담니다. 아마 후배들 실력을 공유해주시고 키워주시기 위해서라 봅니다. 후에 그 손자손녀에게 과외공부 하 셔서ㅡ손자 실력이 하늘에 닿게 될 수 있기를 -- 이선조 | 11-10-21 14:03 |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