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2011-11-14 06:46:03
조회수 : 1,948
“은행 사세요!”
길가에 떨어져 쌓인 노란 은행나무 잎들을 보노라면 얼마 전 저 공주(公州) 마곡사(麻谷寺)앞에서 만났던 어린 천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짠해진다.
고교동창회의 연례행사중 하나로 가을여행코스였던 마곡사 경내를 둘러보고
막 나오던 참이었다. 그때 저 만큼 앞 길가에 모여 있던 한 무더기의 꼬마 녀석
들이 우리 일행을 보자 서로 앞을 다투어 달려오면서 왁자지껄 외쳐대었다.
“이것 좀 사주세요! 좋은 일에 쓸 거예요. 사주세요, 네?”
“은행이예요, 아주 싱싱한 거예요.”
초등학교 4-5학년 쯤 되어 보이는 녀석들은 저마다 조그한 검정색 비닐주머니들을 손에 들고 열심히 흔들어 보였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삼삼오오 자기네들끼리의 이야 기에 열중한 나머지 녀석들의 그 열띤 호소(!)에는 아랑곳 없이 무심히 그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나도 함께
걷던 친구들과의 대화에만 정신이 팔려 그들의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아무 생각없이 귀를 닫은 채 그들 곁을 지나쳐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수가 . . . . .!!
우리가 그들을 무심히 지나쳐오는 순간 우리들은 이미 그 어린이들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어른들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어른들의 한 때의 무심(無心)이 저 순진한 어린 천사들에게 주었을 실망감과 서운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여간 마음이 무겁지가 않다.
한참 뒤에야 버스 안에서 들어 알게 된 것이었지만, 아까 그 꼬마들은 자기네들의 학교 운동장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들을 주어 모아 정성껏 손질을 한 후 그것들을 팔기로 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마곡사까지 찾아 나선 것이라고 하였다. 그것도 저 먼 아프리카의 어려운 어린이 친구들을 돕기 위해 저희들끼리 그렇게 뜻을 모은 것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는 그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도 함께 나와 있었던 것 같았다고 하였다.
“그랬었구나! 그런 걸 모르고 무심하게 그냥 지나치다니 . . . . . "
"은행나무 열매는 냄새가 아주 고약해서 손대기가 쉽지 않다던데 . . . . .
어린 녀석들이 어떻게 그런 갸륵한 생각들을 했을까? “
“진작 그런 줄을 알았으면 좀 사줄껄 . . . . . ”
뒤늦게야 녀석들의 숨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일행들은 자신들의 무심했던 처사에 대해 저마다 속 깊이 미안해하고 또 계면쩍어하는 표정들이었다.
“얼른 다시 달려가서 좀 사주지 그랬어요? 어른들이 참 무심하기는 . . . .
그 어린 것들이 얼마나 상심을 했을까! 다른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뜻을 봐서라도 그렇지요. 정말 너무했네요.“
“그러게 말이요. 얼마나 부끄럽던지 . . . . . . 어린 녀석들에게 너무 몹쓸
짓을 하고 온 것 같아서, 지금도 여간 마음이 찜찜하지가 않아요.”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사단법인)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재단> 자선음악회에
다녀오면서 나눈 이야기다.
아직도 길가에 떨어져 딩굴고 있는 노란 은행나무잎들을 보면 그때 그 마곡사 앞 어린이들의 모습이 자꾸만 눈 앞에 어른거린다. 그리고 생각할수록 그때 갸륵한 어린 천사들의 아름다운 뜻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살펴주지 못했던 <무심(無心)>이 여간 마음에 걸리지가 않는다. (*)
아무튼 숙산님 고등학교 참 좋은 학교입니다.ㅎㅎㅎㅎ
잘 읽고 갑니다. 박덕수 | 11-11-14 20:11 | 댓글달기
명문중의 명문이라는 그 좋은 학교 명예를 말입니다. 하하! 김성규 | 11-11-17 19:23 |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