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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는 진짜 '개새끼'?

김성규 | 2012-08-23 16:52:35

조회수 : 2,422

 "나는 개새끼입니다!'
야전
(野戰) 막사의 천막커튼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서자 건장한 배불뚝이 미군 상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려자세로 나에게 거수경례를 하면서 외친 소리다돌발적인 상사의 행동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나에게 난데 없이 스스로를 개새끼라고 소개하다니, 이 무슨 황당하고 무례한 짓인가그것도 다른나라 장교에게, 또 그것도 (분명히 좀 고상하지 못한!) 우리 한국말로 말이다.

초급장교
(ROTC)로 군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전시비상사태를 가상한 지휘소훈련(CPX)의 일환으로 평택(平澤) 근처 어느 야산으로 긴급 이동한 미8군사령부에 일시 파견근무 명령을 받고 막 미군 야전지휘본부 막사(G1)를 찾아갔을 때였다 

뭐 이런 자식이 있어,’개새끼? 내가 한국군 소위라고 놀리는 거야, 뭐야!’ 나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모욕감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장교에 대한 황당한 그의 태도와 결례를 그대로 묵과할 수가 없었다.

그렇잖아도 난생 처음 가보는 미군 최고사령부인데다 또 말이나 제대로 통할지 (나는 명색이 통역장교였다,) 가뜩이나 얼얼해 하고 있던 판에 난데없이 개새끼운운하는 어처구니없는  돌발상황에 부딪친 것이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어도  속으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무척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눈은 온 힘을 다 주며 상사를 정면으로 노려보고는 있었으나  그때의 실제 상황(!)은  여간 난감하지가 않았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듯 무척 노회(?)해 보이는 상사는 그러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입가에 야릇한 미소까지  띠고 있어 더욱 나의 심기를 들쑤셔 놓고 있었다.

그런데, 아뿔사! 이럴 수가!
잔뜩 화난 얼굴로 그를 노려보던 나는, 그러나 곧 그의 딱 벌어진 가슴팍을 보자 그만
 언제 그랬느냐는 듯 굳을대로 굳어있던 얼굴표정을 스스르 풀면서 얼른 오른 손을 번쩍 들어 그에게 다가가며 따뜻하게 답례해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의 가슴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본 것이다. 대문짝만한 그의 이름표에는  ‘000 GEISKY’라고 쓴 그의 이름이 쓰여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의 말대로 진짜 개새끼(게이스키)’였던 것이다. 아차 싶었다. 내가 혼자서 너무 오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마터면 그의 계획적인(?) '장난끼'에 (조금만 더 성급하게 속 좁은 대응을 하고 나섰더라면) 거꾸로 큰 봉변을 자초할 뻔 했던 것이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는 Poland계로 6.25 한국전에도 참전, 그때는 두 번째로 한국에서 자원 근무를 한다는 베테란 부사관으로서 우리말도 제법 알아듣는 자칭 친한파(親韓派)라고 하였다. 그는 내가 그곳에 체재하는 약 한 달 동안 내내 여러 가지로 나의 뒷바라지를 전담한 고마운 보호자(!)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그때 그는 나의 아버지뻘 나이였고, 또 그곳에 한국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꽤나 오래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어디서 혹 ‘X 새끼!' 하는 소리를 들을라치면 얼핏 그 넉넉하고 항상 유머가 넘치던 배불뚝이 상사가 생각이 나곤 한다.
 
그는 또 내 이름 석자의 뜻을 영어로 바꾸어서 /Gold, ‘부남/富男 Rich-man 으로 풀이하여 '금세기 최고의 부자'가 되라는 뜻으로  ‘Gold Richman’ 또는 'Super K. Richman'이라 부르자고 제안, 막사 안 모두를 웃기기도 하였다. (*)

  • *. 지난 법회에서 각자의 법명을 주제로 법인절을 맞는 소회나 다짐을 써보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 떠올랐던 옛날 ‘게이스키 상사’의 이야기였습니다만 . . . . , ㅎㅎㅎ!
    ‘이름’은 그 본의(本義)를 바르게 알아야 마침내 그 주인의 실체를 드러내는 수행적 기능을 하게 된다는 정명론(正名論)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엄한 ‘법명’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법 주인이 되어야 할 텐데 . . . . . .
    김성규 | 12-08-23 17:12 | 댓글달기
  • 하하하 그 상사님이 우리나라 말로 개 ..가 욕 이란것을 알고 장난끼를 좀 부렸나 봅니다
    일본어에 "결석 "이란 말도 "갯 세끼 "발음과 비슷해서 웃곤 하지요
    숙산님 본명 정말 참 좋네요 .골드 리치맨!  하지만 숙산님은  마음이 골드 리치맨 이시잖아요.
    박덕수 | 12-08-24 16:51 | 댓글달기
  • 숙산님이 그런 좋은 이름을 가지셨으니 가까이 하면 나도 Richman 중 Silver나  Bronze쯤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세계화시대에 회사나 상품의 이름도 각국말로 호감이 가도록 미리 알아보고 정한다고 합니다. 김인택 | 12-08-28 17:44 |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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