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2012-09-27 00: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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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매에세이> 얼굴 내분
조 정제
입, 코, 눈, 눈썹, 귀 사이에 모두들 자기가 잘났다고 싸움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코가 성형수술을 하고난 뒤에 입과 코 사이에 언쟁이 잦아졌다.
“나는 말로서 세상을 호령하고 밤이고 낮이고 음식을 잘 씹어서 너희들을 먹어 살리는 데, 넌 미동도 하지 않고 내 위에 턱 버티고 서서 건방을 떠니 내가 참을 수 없어.” 입이 코에게 당당한 어조로 힐난했다.
“어렵소. 내 키가 높아져서 비위가 상하나본데 클레오파트라의 코 높이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는 거 몰라? 바보야. 내가 숨을 멈춰봐 당장 죽는 것 알쟈. 게다가 난 고상하게 향기를 즐기는데 넌 고작 돼지 같이 먹는데 재미를 붙이는 졸물拙物이 아닌가.” 코가 비아냥거리자 입이 그만 말문이 막혔다.
이 싸움판에 눈이 내려다보고 기세등등하게 나서서 자기 위에 군림하며 멋 부리고 있는 눈썹을 준엄하게 나무랐다.
“눈썹 없는 모나리자를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 지 너도 알지? 임자는 필요 없는 존재야.” 눈썹은 그만 기가 죽었다.
기고만장한 눈이 눈알을 부라리고 얼굴에는 입과 코와 눈만 있으면 그만이고 그중에 자기가 최고라고 뻐기며 말없이 얌전하게 얼굴 귀퉁이에 붙어있는 귀의 무용론을 펼쳤다. “못생긴 귀야, 잘 들어라. 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해주고 외양이 멋지게 생긴데다가 안으로 얼마나 신비해보이냐. 내가 눈웃음을 치면 안 넘어가는 자가 없어.” 생각에 잠겨있던 귀가 대들었다.
“눈 나리. 당신은 색계色界는 보지만 베토벤의 전원교향악을 볼 수 없지 않소. 어두어도 볼 수 없고 앞에 뭣이 막아서도 그 넘어 볼 수 없지만, 나는 중국 산동반도에서 첫닭 우는 소리를 태안반도에 앉아서 들을 수 있소.”
안이대전眼耳大戰에 입 대감이 질세라 또 나섰다. “여보쇼. 나는 내안에 건장한 치아들과 세치 혀를 두고 있고 내가 씹어서 넘겨주면 말없이 소화해내는 위와 7∼8미터나 되는 긴 창자를 거느리고 있소.” 그 때에 맞장구를 치듯 저 밑에서 방귀소리가 터져 나오자 왁자지껄 소동이 벌어졌다.
드디어 신경 어전회의가 열렸다. 갑론을박 격론 끝에 모두들 각기 긍지를 갖고 분수를 지키며 본분만 제대로 해내면 얼굴 펴고 떳떳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온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귀임하는 모습이 행복하고 평화스러워보였다.
수필 얼굴 내분 2
입, 코, 눈, 눈썹, 귀 사이에 모두들 자기가 잘났다고 소동이 벌어졌다. 코가 성형수술을 하고 콧대를 높인 다음에 입과 코 사이에 언쟁이 벌어진 것이 단초가 되었다. 입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나는 말로서 세상을 호령하고 밤이고 낮이고 음식을 잘 씹어서 너희들을 먹여 살리는데, 넌 콧대를 세우고, 광화문 한 복판에 서 있는 이순신제독이라도 되는 듯이 얼굴 한 가운데 턱 버티고 서서 내로라 위엄을 과시하며 헹 콧구멍을 열어젖히고 내려다보고 있는 그 꼬락서니, 내 차마 보아 줄 수가 없구나.”
“어렵소. 내 키가 커져서 비위가 상하나본데 클레오파트라의 코 높이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는 거 몰라? 바보야. 내가 숨을 멈춰봐 당장 죽는 것 알쟈. 게다가 난 고상하게 향기를 즐기는데 넌 고작 돼지 같이 먹는데 재미를 붙이는 졸물拙物이잖아.” 코가 비아냥거리자 입이 머쓱해졌다.
이 싸움판에 눈 대감이 기세등등하게 나서서 자기 위에 멋 부리고 군림하는 눈썹을 준엄하게 나무랐다.
“눈썹 없는 모나리자를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 지 너도 알지? 임자는 필요 없는 존재야.” 눈썹은 기가 죽어 입속말로 기어들었다.
“우리는 대감의 외곽호위대이고 속눈썹은 근위대외다. 우리는 비가 오면 흘러내리는 빗물을 막아주고 눈보라 치나 먼지바람이 일어도 항시 대감님의 보호임무를 성심으로 다하고 있는데….”
기고만장한 눈은 눈썹의 소명을 못 들은 척하고 눈알을 부라리며 얼굴에는 입과 코와 눈만 있으면 그만이고 그중에 자기가 최고라고 뻐기며 말없이 얌전하게 얼굴 귀퉁이에 붙어있는 귀를 까뭉개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찍어놓은 듯 못생긴 귀야, 잘 들어라. 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해주고 외양도 멋지게 생겼지만 어딘가 내면의 깊이가 있어 보이잖아. 나는 눈웃음 한번 치면 세상에 웃음꽃이 활짝 피게 하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생각에 잠겨있던 귀가 대들었다.
“눈 나리. 당신은 색계色界는 보지만 베토벤의 전원교향악을 볼 수 없지 않소. 당신 육안으로는 앞에 작은 것이라도 가리고 서면 그 넘어 볼 수 없게 되지만, 나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은밀히 속삭여도 대나무 숲 소리를 타고 듣게 되고, 칠흑 그믐밤에도 자연의 속삭임과 영혼의 울림을 알아듣고, 저 멀리 중국 산동 반도에서 첫닭 우는 소리를 태안반도 모항에 앉아서 들을 수 있다오.”
안이대전眼耳大戰에 코가 큰 소리로 킹킹거리며 끼어들었다.
“안이대감들. 나도 코털과 멋쟁이 콧수염을 건사하고 있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크락 게이블의 멋진 콧수염을 보지 못했소?” 어깨를 으쓱 위세를 떨어보지만 눈도 귀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눈 대감. 부시는 햇빛에 나설 때에 색안경을 써야하고 깨알 같은 글씨를 읽을 때에도 돋보기를 걸쳐야 하지 않소. 더구나 요새는 안경의 용도도 여러 가지로 다양해졌소. 보안용 또는 바람막이 안경도 있지만 젊은이는 멋으로 안경알이 없는 안경까지 쓰는 세상인데 그 때에 귀와 나의 신세를 마다하고 어찌 되겠소.”
“나는 두 귀를 다 내어줘야 하는데 귀찮기도 하지만 오래 걸치고 있으면 얼마나 무겁고 지루한지 알기나 하오? 코 당신이나 잔등을 내어주시오.” 코가 눈을 다독이고 비위를 맞추려하자, 귀가 토라졌다.
기세등등하던 눈도 눈웃음을 짓고 화해의 눈길을 보냈다.
이들의 담합에 위기를 느꼈던지 입 대감이 외치고 나섰다. “여보쇼. 나는 내안에 우리 신체에서 가장 견고한 32개의 건장한 치아와 자율자재自律自在하는 세치 혀를 두고 있고 내가 씹어서 넘겨주면 말없이 소화해내는 위와 7∼8미터나 되는 긴 창자를 거느리고 있소.” 그 때에 맞장구를 치듯 저 밑에서 방귀소리가 터져 나오자 왁자지껄 소동이 벌어졌다.
드디어 문무백관이 다 모인 신경 어전회의가 열렸다. 갑론을박 격론 끝에 입과 눈과 코와 귀는 외관으로 서로 독립해있으나 내면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각기 체내 내장기능과 연계되고 서로 협조조절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모두들 각기 긍지를 갖고 분수를 지키며 본분만 제대로 해내면 얼굴 펴고 떳떳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귀임하는 모습이 행복하고 평화스러워보였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본다. 삼국지 장비를 연상하는, 넓게 터를 잡은 짙은 눈썹, 그 아래 쌍까풀이 없으면 사나워 보일 것 같은 부리부리한 눈, 오뚝한 코, 부처를 닮은 귀와 귓밥, 거기까지는 남성상의 멋진 작품이다. 하지만, ‘빅 마우스’ 같이 호통 치던 입은 앵두같이 작고 입술이 엷어서 상반부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여성스러운 게 흠이다. 그래도 용모가 선하게 생겼으니 괜찮은 얼굴이다. 얼굴에 잔웃음을 지어본다. 눈이 지레 눈웃음을 친다.
<에세이 문학> 에 기고할 예정입니다. 수산 | 12-10-14 17:10 | 댓글달기
우리 원광에 그렇게 긴 수필을 실을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수산 | 12-10-20 20:33 |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