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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이선조 | 2012-10-11 18:28:26

조회수 : 1,924

동전

이순주(선조 교무)

 

 

 동전 38개가 돈통에서 쏟아져 나왔다. 경기도 성남시장과 4대 종교 성직자 대표들의 조찬모임에 참석하고자 10월의 첫날 아침 시내버스를 탔다가 당한 일이다. 버스비가 1,200원인데 5,000원짜리 한 장을 요금통에 넣으니 덜덜덜 입을 열고 동전 38개가 쏟아져 나왔다. 거슬러 받은 38개의 동전이 내손에 다 들어오지도 않았다. ‘누군가 내 모양을 바라보는 것 같아 재빨리 동전을 내 핸드백 속에 넣었다. 가방이 묵직했다.

 어서 38개의 동전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공회에 속옷을 사러 갔다. 12,000원이었다. 가격을 깎을 필요도 없이 동전 20개를 가방 속에서 비운다는 기쁨으로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과 동전 20개를 꺼냈다.

 드디어 38개 동전이 18개로 줄었다. 속옷을 샀다는 만족감보다. 무거운 동전을 덜어냈다는 안도의 마음이 두 배로 컸다. 그 절묘한 순간, 교무님, 2,000원 깎아드리겠습니다." 하며 그 무거운 동전 20개를 다시 내주었다값을 깎아 주니 행복한 일인데, 그 기분은 사라지고 100원짜리 동전 20개를 다시 가방에 넣어야 하는 기분은 내가 지은 무거운 업 덩어리이니 내가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 동전을 써야 한다. 시내버스를 탈 때 교통카드도 없으면서 잔돈을 챙기지 않은 나의 무념 탓이었다. 어서 동전을 사용할 방법을 찾아야지 하는 마음이 주착되었다.

 지인들과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려고 식당 위층 커피홀로 들어갔다. 자판기의 커피는 100원짜리 1개면 한 잔이 나왔다. 그래서 겨우 동전 4개를 비웠다. 기분이 조금 가벼워졌다. 34개의 동전을 가방에 넣고 방안에 들어와 애꿎은 돼지에게 하나씩 먹였다. 나는 돼지에게 중얼거렸다.

 “너는 불우이웃 성금도 먹고 이렇게 내 업 덩어리도 먹고, 내 무거운 짐도 먹고, 내 기분까지 먹어 주는 고마운 먹보구나. 갑자기 많이 넣어 주고 몇 날을 굶겼다가 연말에 좋은 곳에 천도 보낼 때 나는 내 기분을 맞추기 위해 이천 원의 지폐로 버스를 타고 100원 짜리 동전 8개를 받아다가 너에게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처럼 생각없이 외출했다가 무거운 동전이나 받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말을 해도 동전 먹는 돼지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인도 천민촌에 버려진 아이들이 이 동전 하나면 하루 먹을 것이 된단다. 부지런히 먹어서 그 아이들에게 보내주렴.”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 속에 빠져 있을 때 동전이라도 벌고자 다방에서 설거지 알바를 했다는, 대학 때 메이퀸이었던 선배 이야기가 귓전에서 맴돌았다.

 “10원짜리 동전을 크게 아는 자만이 인생을 부자로 살 수 있다.”는 할아버지 말씀이 떠올랐다. 오늘은 동전을 먹고 있는 돼지저금통의 먼지를 더 정성껏 닦아냈다.






  • 저희 시어머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시 아버님께서 어머니 보고 1전을 없신여기면 안된다며 1전이 없어 전차를 못 타셨다는 말씀.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박덕수 | 12-10-26 17:11 |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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