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2012-11-05 07: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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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방차 출동(出動)’
입추(立秋)를 넘어서자 알아보게 날씨가 달라졌다.
참 신묘(神妙)한 절후(節侯)의 조화다. 뜨겁던 여름철 열기(熱氣)도 바로 ‘입추날 밤부터 달라진다.’고 했던 조상들의 이야기가 절로 실감이 난다. 또 ‘입추 벼 자라는 소리에 개들이 짖는다.’고 그림처럼 저 영험한 자연의 조후(調候)를 읽어냈던 조상들이 문득 만나보고 싶어진다.
“방금 111동 옥상 방수공사 중 일어난 먼지(하얀 수증기)를 화재연기로 오인하고 소방차가 긴급 출동해 왔습니다. 주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뜬금없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 ‘멘트’다. 아파트 옥상 방수공사를 할 거라더니 . . . . . 공사 중에 무슨 헤프닝이 벌어졌던 모양이었다.
어나운스멘트 내용이 곱씹어 볼수록 웃음을 자아낸다. 오랜만에 격조 높은 ‘개그’를 듣는 것 같다. 아무리 앞뒤가 없고 선후가 갈린 진세(塵世)라지만, 알고 보면 이처럼 우리 주변엔 각자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하려는 아름답고 믿음직한 ‘소방차’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 . . . . 되씹어 볼수록 새록새록 재미있고 정감이 가는 '멘트'다. 새삼스레 우리 동네가 더욱 미덥고 자랑스러워진다.
힘들고 어렵지만, 모두들 열심히 바쁘게 움직이며 사는 우리 동네사람들이다.
항상 밝고 환한 태양을 바라 아예 얼굴까지 그를 닮아버린 해바라기처럼 늘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하늘에 머리를 두고 사는 착하고 미더운 이웃들 - 그런 믿음직한 소방차들이 서로 이웃을 지키며 사는 우리 동네다.
이제, 처서(處暑)가 지나면 가을은 더욱 익어 갈 것이다.
흘린 땀의 노고야 어떻든 모든 결실은 오로지 하늘의 뜻이라고 믿으며 우리 이웃 농군(農軍)들 덕분에 가을이 익어간다. 심은 만큼 되돌려준다는 소박한 땅의 교훈을 받들고 지켜온 저들이다. 그러기에 저들은 늘 겸허하게 자연의 응답을 기다리며 끝까지 밭이랑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벼 이삭을 뎁혀주는 따가운 한 낮의 햇볕이 고맙고 이 고마운 절기를 함께하는 이웃들의 표정이 더없이 살갑기만 하다. .
하지만, 도심의 거리는 한창 소란스럽고 어지럽다.
새 대통령을 뽑는 ‘축제’라면서도 귀를 아프게 하는 거칠고 험한 숨소리들로 시끄럽다. 저마다 제 편만을 앞세우며 서로 상대를 깎아내리기에 있는 목청을 다 돋구는 낮 두꺼운 패거리들. . . . . . 아마도 거리는 저들로 하여 얼마간은 어수선하고 편치가 않을 것 같다. 과연 언제쯤이나 저 숨엄한 천지조화의 명리(命理)가 제대로 통하는 세상이 될 것인지,
버리고 되돌려야 할 것들이 많은 인간세상이다.
허지만, 이 가을은 코스모스의 해맑은 모습들로 우리들의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을 것이다.
이제, 잠시 숨을 돌리고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와 저 허공을 향한 코스모스의 염원에 함께 귀 기우려 주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세상인심들이 좀 더 맑고 밝고 환해지기를 바라는 이 가을꽃의 기도소리에 말이다. 그리고 한 치도 자신의 책무에 소홀함이 없으리라 열심히 골목길을 치달려온 저 소방차의 ‘아름다운’ 사이렌 소리 - 작지만 자기 소명을 다해 ‘우리들의 마을’을 지켜내려는 저 착한 충정(衷情)의 소방차 엔진소리에도 말이다. (*)
(출처: 2012년 원광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