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후레자식

임성명 | 2012-11-13 12:08:51

조회수 : 3,089

 

             고향집에서 더는 홀로 살지 못하게 된
                  여든셋, 치매 앓는 노모를
                집 가까운 요양원으로 보낸다


시설도 좋고, 친구들도 많고
거기가 외려 어머니 치료에도 도움이 돼요

1년도 못가 두 손 든 아내는
빛 좋은 개살구들을 골라
여기저기 때깔 좋게 늘어놓는다, 실은
늙은이 냄새, 오줌 지린내가 역겨워서고
외며느리 병수발이 넌덜머리가 나서인데
버럭 고함을 질러보긴 하였지만, 나 역시 별수 없어
끝내 어머닐 적소(適所)로 등 떠민다
 

에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 되냐?
어머니, 이곳이 집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나는 껍질도 안 깐 거짓말을 어머니에게 생으로 먹이고는
언젠가 나까지 내다버릴지 모를
두려운 가족의 품속으로 허겁지겁 돌아온다


고려장이 별 거냐
제 자식 지척에 두고 늙고 병든 것끼리 쓸리어
못 죽고 사는 내 신세가 고려장이지
 

어머니의 정신 맑은 몇 가닥 말씀에, 폐부에 찔린 나는
병든 개처럼 허정거리며


21세기 막된 고려인의 집으로 돌아온다
천하에 몹쓸, 후레자식이 되어
퉤퉤, 돼먹지 못한 개살구가 되어

 

 

 

크게보기   김 인육 : 시인

                        출생 1963년 9월 29일

                         데뷔 2000년 계간 '시와생명' 등단

                         경력계간 '미네르바' 편집위원

                          수상 2001년 제2회 교단문예상 

 

 


  • 젊어서 할수 없었던 생각들이 깊어지며 무거워 집니다.
    난, 우리 어머니 한테 어떻게 했는지를....
    임성명 | 12-11-13 12:10 | 댓글달기
  • 나역시 시부모님을 적소에 맞겨버린 후레자식이다.

    내 건강이 않 좋고,  냄새나고

    그곳이 집보다 낫다는 핑계로...
    조성주 | 13-01-12 08:11 |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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