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택 2013-03-05 19: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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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며칠 전인 2월말 머지않아 독일로 떠날 작은 아들네 두 손녀(중2, 초6)를 데리고 사돈 부부와 함께 6명이 제주도로 3박4일 여행을 다녀왔다. 아들이 합작회사로 전근하여 수년간 독일에서 살 예정이어서 그들이 귀국할 무렵이면 현재 70대인 양쪽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녀들과 함께 여행할 기회가 좀체 없을 것 같다.
3주 전에 항공편과 중문지구의 콘도를, 1주 전에 렌트카를 예약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아예 좌석이 없어 처음으로 저가항공(진에어)를 이용했는데 요금이 약2/3 수준이고 서비스는 나무랄 데 없었다. 항공편 요금은 요일별, 시간대 별로 상당히 달랐다. 렌트카는 공항에서 수령하여 만3일간 운전하다가 반납하였다.
콘도에 이웃한 두 방을 잡았는데 손녀들은 이쪽저쪽 방을 오가며 잠을 갔다. 식사는 매일 아침 삶은 계란, 감자, 고구마에 우유와 과일을 곁들여 해결하고 점심과 저녁은 사서 먹었다. 아이들은 저녁 늦게 조리대에서 한참을 부스럭거리다가 바나나와 계란으로 후식을 장만해 우리에게 주기도 하였다.
날씨는 하루만 흐리고 비가 왔을 뿐 계속 맑고 포근하여 그곳에서 오붓한 봄맞이를 하였다. 손녀들은 열매가 달린 귤나무와 가로수인 종려나무를 보고 다른 나라 같다고 했다. 사방에 유채꽃이 노랗고 매화도 막 피기 시작하였다. 밭에는 양배추가 그대로 눈에 띄었다. 한국콘도는 일찍이 중문단지의 바닷가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탓에 시설이 좀 낡았지만 주변 경치가 무척 아름답다. 부근에 롯데, 신라, 하이얏트 같은 호텔이 들어선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수년 만에 들린 제주도는 그 새 특별자치도로 바뀌어 몰라보게 변모하였다. 우선 좁고 꾸불꾸불하던 도로가 넓게 곧게 뻗었고, 전에 없던 관광시설이 사방에 들어서 무슨 공원, 박물관 등의 이름이 붙은 큰 시설이 20여 개나 운영되는 등 국제적 관광지의 모습을 갖추었다. 기반시설은 국가나 자치단체의 몫이겠지만 위락시설은 대개 민간투자로 마련되었을 것이다. 현재도 여기저기 개발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제법 붐비는 모양인데 당장은 엔저현상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이 줄었다고 울상이었다.
첫날은 오후에 서해안 쪽 “한림공원”을 들렀다. 다양하게 꾸며진 공원으로 열대식물원과 협재, 쌍룡동굴을 거쳐 사파리조류원에 가니 많은 공작새 중 몇 마리가 울타리를 넘어 관광객 사이로 어슬렁거렸다.
둘째 날 아침에 우리는 오전에 먼저 “유리의성”을 들렀다. 안팎에 다양한 유리 조각품이 설치되었는데, 수준 높은 유리공예품이 실외에 꽃, 수초, 선인장 등으로, 실내에 각종 동물상 등으로 전시되었다. 특히 유리공예로 유명한 이태리 베니스의 제품이 여럿 눈에 띄었다. 야간 조명 속에서 관람하면 더 멋있을 것 같았다.
이어 “소인국테마파크”를 관람하였다. 세계 각국의 유명한 관광자원, 예컨대 한국의 불국사와 남대문,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여신상, 북경의 자금성 따위를 작은 모형으로 전시한 것으로 아이들은 꽤 좋아 했다.
오후에 사돈네 친지의 별장으로 가 언덕바지의 멋진 집과 정원을 구경하고 바로 딴 귤을 맛보았다. 이어 중문해안의 올레길을 걸으며 주상절리(柱狀節理)의 절경을 관람하였다. 또 손녀들을 부근의 승마체험장으로 데려가 말에 15분간 태워주었더니 무척 좋아했다. 다시 서귀포 부근 천지연 폭포를 관람한 뒤 아이들을 “믿거나말거나박물관”에 들여보낸 사이 우리는 부근을 산책하였다.
셋째 날 오전에는 섬의 동남쪽 표선면의 “제주민속촌”을 관람하였다. 제주민의 옛 생활상을 나타내는 여러 가지 가옥과 생활도구가 차려져 있다. 도중에 들린 종가(宗家)에서는 각종 옛날 복식을 빌려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마침 초례상 차림과 혼례복이 보이기에 손녀들을 신랑, 신부로 꾸며 재미있는 사진을 찍었다. 동생이 신랑역을 맡아 옛날 어린 신랑이 연상의 신부를 맞이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오후에는 내륙의 “산굼부리”로 갔다. 20여 년전 자동차끼리 마주치면 하나가 길가로 비켜야 겨우 지나칠 정도로 좁았던 길이 쪽 곧은 4차선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산굼부리 정상에 올라 큰 분화구와 원근의 많은 오름을 관람하였다. 서귀포로 이동할 때 남북횡단도로를 지나면서 성판악휴게소에 잠간 들렀다가 해안 가까이 물속에 우뚝 솟은 “외돌개”와 아름다운 바위절벽을 구경하였다.
저녁에는 사돈네 친지한테서 푸짐한 생선회 대접을 받았다. 아이들 외에 합석한 4쌍 중 부인들은 모두 같은 여고 선후배 동창생이었다.
넷째 날은 오전에 중문에서 손녀들이 “테디베어(teddybear)뮤지엄”을 구경하는 동안 우리는 “여미지“를 관람하였다. 옛날에 보기 좋던 수목원이 지금은 더 크고 멋진 곳이 많아져 초라했다.
일행은 곧 제주시를 향해 달리다가 도중에 “제주공룡랜드”를 들렀다. 사방에 늘어선 크고 작은 모형 공룡을 돌아보고 공룡,화석,광물 테마박물관을 관람하였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이어 부근의 이름난 피자집을 찾아가 갓 구운 피자를 맛있게 먹은 뒤 공항으로 가서 김포행 비행기를 탔다.
제주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손녀들과 함께 한 즐거운 봄맞이는 길이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애들아, 할아버지, 할머니는 너희를 사랑한다. (2013년 3월 초순)
제주도는 갈 때마다 좋지요. 이선조 | 13-03-06 21:48 | 댓글달기
두 손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과의 여행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을지요!
제주 섬의 봄빛이 더욱 밝고 환했을 것 같군요! 김성규 | 13-03-12 23:21 | 댓글달기
맨뒤의 사진을 먼저 보고 누구 결혼식에 다녀왓나 했더니 손녀들이군요.
부럽소이다. 난 손녀가 없으니..... 수산 | 13-04-10 17:08 |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