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어느 어매의글

이선조 | 2013-08-10 07:04:04

조회수 : 2,271

봐라, 어매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

아가, 어매는 시방 꼬추밭이다.

해가 참말로 노루꼬랑지만큼 남았다야.

뭔 급헐 일 있겄냐.

오늘 허다 못허믄 낼 허믄 되제.


낼도 행이나 비오믄 놀아서 좋고
,

빛나믄 일해서 좋고.

요새는 복분자 따러 댕겨야. 돈 삼만완씩 생기는 것도 오지다.

, 일헌 사람은 내 일에 재미를 붙이고 살아야제.

나 혼차만 된 시상이 어딨다냐.

내가 일헌다, 허고 내 자신헌티도 생색내지 말고

노는 것 맹키로 살아라.

어매도 새각시 때사 일이 좋았가디.

내가 일헌 대로 애기들 입에 밥들어간게,

일허믄 어쨌든간에 믹인게, 일에 재미를 붙였제.




꼬추가 참말로 잘 컸어야
. 올해는 600주 숭궜다.

이 놈이믄 니그들 칠남매 짐장허고 양님헐 꼬칫가리는 맹글겄제.

봐라, 촌에 산게 어매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

일곱 마지기 농사 지서서 니그들 끄니에 양석 대는 것도 재미지다.

밥이 보약이어야. 밥을 많이 묵어라.

아그들도 배가 뽈깡 인나게 잔 믹이고,

어른들도 밥심 나게 묵고 살아라.

어매는 항시 잘 챙겨 묵는다.

요새는 묵은지가 질로 개안허니 맛나드라.


 

어매 혼자 있다고 거석헌 생각 말어.

나는 한나도 안 심심허다.

밭에 나오믄 천지가 다 내 벗이여. !

밤으로는, 어짤 때믄 니그 아부지 사진 쳐다본다.

지비는 거그서 핀안허요 어짜요, 물어본다.

생전 넘 괴롭게 안허고 산 냥반인디 핀안허시겄제.

앞으로 옆으로 우애허고 살아라.

어매는 이날 평상 넘 허고 다툴 일이 없드라.

저 사람이 조깨 거석허믄 내 맘을 쪼깨 접으믄 되야.

혹간에 나쁜 맘이 들라 그러믄 꿀떡생켜불어라.

그라제, 꿀떡 묵는 것맹키로.

내가 좋으믄 저 사람도 좋은 것이여.

내가 웃으믄 저 사람도 웃는 뱁이다.

앞에 옆에가 모다 내 거울이여.





그라고 아가
, 여그 잔 봐야.

여그가 내 금고다. 시숫대야 속에다 중헌 것을 다 너놓고 댕긴다.

빈 몸으로 후적후적 밭에 댕긴께 참말로 핀해야.

늙어진께 요라고 꾀가 는단 마다. 머리가 더 조아진개비여.

하이고, 참말로. 내가 말해놓고 내가 우솨 죽겄네.

봐라, 어매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

--자식에게 보내는 어느 어매의글---

  • 맛깔나는 남도 사투리와함께
    농촌의 투박한 촌부의 마음이 이 아침 내게 좋은 법문을
    설한 부처님으로 다가왔으며,
    봄부터 비바람 뜨거운 볕을 견디고 알곡으로 가을걷이를
    끝낸 빈 들판의 편한 여유로움을 느꼈읍니다.
    조성주 | 13-08-12 07:56 | 댓글달기
  • 뿌린대로 거두어지는 진리에대한 보은의 즐거움을 느끼시는 글입니다
    어머니한태 전화를 걸어 어떠시냐고  물으면 항상 기운찬 목소리로 나는 괜찮다. 너거나 단디 해라 하시던 어머니목소리가 그리워 집니다.
    그리고 친할머니께서는 늘 이 말씀을 하셨어요.
    하루에 부처님이 우리들 어깨에 세번 올라앉아서 본답니다
    그렇게 해서 게으런사람에게는 복을 주시지않고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신다고요.
    가슴 뭉클한글 감사합니다,
    박덕수 | 13-08-14 15:23 | 댓글달기
  • 오오 멋진 글, 도통허고 자연벗삼아 사는 게 참으로 좋소, 잉
    몇군데 사투리는 잘 몰라도 좋구먼요.
    나도 담에 5매수필로 이런 투로 한번 써볼람니더. 겡상도 사투리로.
    수산 | 13-08-22 23:33 | 댓글달기
  • 수산님! 기대하고 있겠읍니다.
    겡상도 사투리로...
    조성주 | 13-08-24 12:32 | 댓글달기
Fun 이전 현재페이지1 / 79 Fun 다음
Fun 이전 현재페이지1 / 79 Fun 다음
© ::: 희망분당 700 원불교 분당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