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2014-10-22 15:02:48
조회수 : 3,107
바람이 와서, 서둘러 잰 걸음으로 길을 나서는 길가의 낙엽들을 보고 알은 채를 합니다.
‘어딜 가시려구요?’
어쩌면, 함께 동행(同行)이라도 해 줄 모양입니다.
예쁜 단풍잎 하나가 금방 넘어질 듯 딩굴며 굴러옵니다.
얼른 허리굽혀 부추겨주며 눈을 맞춰봅니다. 막 단장을 하고 나선 듯 몸 냄새가 풋풋합니다.
그런데 순간,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저런!
나뭇잎 한 쪽 가슴팍에 움푹 살을 덜어낸 상처가 나 있습니다.
누구에게 베어 내준 걸까. 아니면, 누구한테서 베어 물린 것일까. 꼭 내 살이 베인 듯
아파왔습니다.
‘못 된 것들! 어느 놈의 짓일까! 이 고운 입새에 이토록 깊은 상처를 내다니.....!
짙게 덧칠한 가슴팍 색깔들이 아마도 그 때 배어든 핏빛이었던가 싶은 생각에
나도 모르게 뭔가가 울컥 북받쳐 올라왔습니다.
‘얼마나 쓰리고 아팠을까. 말도 못하고.....!’
차라리, 얼른 내 살을 베어내 채워주고 싶었습니다.
맥없이 올려다본 하늘이 갑자기 미워졌습니다.
누구든, 고얀 짓을 한 녀석들을 만나기만 하면 멱살이라도 잡아 흔들어주고 싶어집니다.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저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었으면 좋으련만.....
얼른 나뭇잎의 귀에다 대고 크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몸을 던져 내가 대신 네 상처를 앓아주겠노라’고, 그리고
‘다 나을 때까지 그 아픈 가슴을 내가 사랑해 주겠노라‘고. - 두 주먹에 힘을 주면서 말입니다.
한 여름 그 뜨겁던 햇살도 그렇게 잘 참아내 오던 걸,
하지만, 저토록 아픈 가슴을 앓고 있었을 줄이야! 그런 줄도 모르고 .....
말없이 제 가슴팍까지를 내어준 여린 나뭇잎이 도리어 미워집니다.
‘그러면서도 또 저렇게 길을 나서다니...... ’
이제는 내 가슴이 더 아파 와서 더는 ‘어딜 가는 거냐?’고 묻지 말아야겠다며 입을 다뭅니다.
그냥 따라서 함께 동행을 해 줄지언정..... 어디까지나.
(*)
고요하고 조용히 덮었으면 하는 소리없는 향연 같아요. 임성명 | 14-10-22 16:41 | 댓글달기
숙산님의 아름다운 한 편의 우화를 읽고나니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따스해오는 것은 무슨 못된 심뽀인지....ㅎㅎㅎ
깊은 성찰의 글, 잘 읽고 갑니다. 이대연 | 14-10-22 17:34 | 댓글달기
대연님 이야기대로 비온 뒤에 날씨가 추어지면 어쩌나 해서요. ....... ㅎㅎㅎ
어제, 요양병원에 갔다가 나오면서 길 가에 흩날리는 나뭇잎을 보고 ......... 나중에 보여드릴께요. 우리 성명님께도 ..... 김성규 | 14-10-22 18:59 | 댓글달기
그냥 써 본 글인데 ...... 우리 회보에까지 실어 주셨군요.
우리 원마을 앞 언덕 길에도 단풍이 한창이겠네요. 저희 동네도 창문만 열면 뺑돌아 '작은 설악산'이 펼쳐진 듯
주변 풍경이 일품입니다. 김성규 | 14-10-27 10:56 | 댓글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