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 건, 웃지요’ - 시인(詩人) 김상용(金尙鎔)의 싯구다.
시인의 답(答)이 재미있다.
‘웃지요!’ - 시인은 미리 준비라도 해둔 듯 쉽게 대답을 한다.
한 줄도 다 안 되는 답이지만.... 여운(餘韻)이 남는다.
나는 시인을 떠올릴 때 마다 가을 언덕의 코스모스를 연상한다.
하늘하늘 바람을 유혹하는 코스모스의 몸짓이
꼭 시인을 닮았을 것 같아서다. 예쁘다. 하는 대답도, 응원하는 몸짓도!
시인은 혼자서 묻고, 혼자서 대답한다.
그게 재미있어서 나도 따라 웃어주고 싶다. 코스모스처럼 허리를 잡고.
함께 웃어주면 조금은 통할 것 같아서다. 예쁘다. 가을 눈빛이!
오래 된 나의 ‘낙서첩(落書帖)’에서 베껴온 글이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써놓은 글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좀 더 알아듣게 써놓지 않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와서 잡히는 게 없다.
싱겁기는....
너무나 앞 뒤 없이 제멋대로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는다.
아무리 곧 구겨버릴 낙서라지만, 밑도 끝도 없이 써놓으니까,
헷갈리지 않은가 말이다. 참말, 못 말리는 악취(惡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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