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그리고 웬 불교?
원불교를 처음 대하는 사람은 누구나 "불교와 다릅니까?" "원불교도 불교지요?"라는 질문을 흔히 하기 마련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 같다. 원불교라는 교명 자체가 바로 "원"자만 떼내면 "불교"가 아닌가. 단어 개념상 그들의 인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추측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불교를 불교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나름대로 어려운 점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동명이인을 만나게 되는데 이 경우 이름이 같으므로 그 동일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논리는 분명 맞지 않는 말인 것처럼.
그러나 기실은 원불교의 사상적 바탕에는 불교적 색채가 강하게 내재되어 있고 불교의 교리 또한 자연스럽게 유입되어 있기도 하다. 때문에 원불교는 불교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식의 대답이 이 양자(원불교와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구하고자 하는 질문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두 개의 물건을 비교한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고 두 사람을 비교해 본다고 하는 것은 더욱 조심스러운 일일진대 거대한 삶의 현상인 종교를 서로 비교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비교종교학이란 학문까지 나오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단순 비교의 무모함을 알면서도 어느 정도 간단한 기준을 중심으로 불교와 원불교를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을 간단명료한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 수많은 성급한 질문 탓으로 돌리며 참고 삼아 몇가지 비교를 해본다.
원불교와 불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닌다.
첫째, 생멸없는 도와 인과보응되는 이치를 밝히고 있고, 둘째 마음공부를 위주로 하는 종교이며, 셋째 성품의 원리와 바람직한 수행의 길을 제시하고 있고 생사의 큰 일을 해결하도록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태산 대종사는 대각 후 모든 종교의 경전을 두루 열람하다가 금강경(金剛經)을 보고 "석가모니불은 진실로 성인들 중의 성인이라, 내가 스승의 지도 없이 도를 얻었으나 발심한 동기로부터 도 얻은 경로를 돌아본다면 과거 부처님의 행적과 말씀에 부합되는 바 많으므로 나의 연원(淵源)을 부처님에게 정하고 장차 회상(會上)을 열 때에도 불법으로 주체를 삼아 완전 무결한 큰 회상을 이 세상에 건설하리라."고 하였다. 이처럼 불교는 원불교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깊은 인연이 있다.
그러면 원불교와 불교의 다른 점은 또 무엇일까?
정산종사(원불교 2대 종법사)에게 시자가 물었다.
"우리 회상을 과거회상의 한 종파로 아는 이가 있나이다."
"과거 부처님께서 바라문의 교리를 인순(因循)하신 점이 있고, 예수께서 구약을 연원하시었으나, 누가 불교나 기독교를 과거 종교의 한 종파라 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럼 불교와는 어떠한 관계라 할 수 있습니까."
"대종사께서 주로 창조하셨으나 혹 혁신하기도 하고 혹 인용(因用)하셨나니라."
이를 좀 더 도식적으로 본다면 다음과 같다.
구 분 |
불 교 |
원 불 교 |
교 조 |
석가모니 |
소태산 박중빈 |
발 생 지 |
인 도 |
한 국 |
기 본 교 리 |
4제 12인연 8정도 |
4은 4요 3학 8조 |
신앙의 대상 |
부처님 |
일원상 |
이 밖에도 불교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8만 4천개의 경전이 있고 각 파마다 그 중의 일부를 기본경전으로 삼고 있는데 비하여, 원불교는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친히 저술한 정전(正典)과 대종사의 말씀을 수록한 대종경(大宗經) 등 7대 원불교 전서(圓佛敎 全書)를 한 권으로 묶은 교서를 갖고 있다.
이러한 현상적인 면을 떠나 살펴보더라도 과거 불교에 대한 혁신을 꾀하고 있다는 데에서 더 큰 차이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지금은 점차 불교가 대중화되고 혁신화되고 있는 까닭에 과거 소태산 대종사가 주창했던 시대의 불교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 정신적인 면은 오늘까지 면면히 살아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 불교는 출가 재가 교도의 구분이 엄격하고 주로 산에 사찰을 짓고 직업을 갖지 않으며 승려의 결혼도 제한하는 등 출세간 위주의 제도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원불교는 출가 재가 모두 공부와 사업면에서 꼭 같은 평가와 대우를 받으며, 교도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에 교당을 짓고, 처지에 따라 직업도 가지며 결혼도 각자의 원에 맡기는 등 출가 재가의 구분을 초월한 제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차이들을 이야기함이 양자의 우열을 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종교가 가지고 있는 상이성과 특성에 주안점을 놓고 구분해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불교와 원불교는 서로 다른 교단을 구성하고 있고 오랜 시간 동안 독자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때문에 앞서의 논의는 서로가 가지는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고 상호발전을 위한 비교검토의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