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8-07-31 20:20
5. 원불교는 어디에서 발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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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운영진
 조회 : 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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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의 나라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있다. 최근 우루과이라운드협정이 체결되고 WTO체제가 출범하면서 "우리의 몸에는 우리 것이 좋다"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저런 광고문구에 신토불이라는 말은 약방의 감초 격으로 얼굴을 자주 내민다.
이제 농산물의 신토불이만이 아니라 정신적 신토불이를 외쳐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몸에 우리 농산물이 맞듯이 우리 정신에 맞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연상 작용에 힘입어.
원불교는 외국에서 건너온 종교가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80년전 우리나라 호남지방의 한 궁촌벽지에서 태어난 순수 민족 종교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민족 정서에 뿌리박고 태어난 토종이라는 이야기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있어 최대의 종교로 자리잡고 있고 오랜 역사 속에서 민족 정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외래 종교이며, 기독교 역시 개화기를 전후해서 전래되어 온 이래 불교에 버금가는 신도 수를 자랑하고 있고 그동안 한국 사회의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해온 종교이지만 그 또한 외래 종교임에 틀림없다. 이들은 한국적 불교요, 한국적 기독교로서의 자기 정체성 확립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고,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 해 온 과정에서 점차 토착화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어쩌면 원불교보다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반면에 토종(?) 원불교는 낯설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곁에서 자라온 원불교에 대한 바로알기를 통해서 그 낯설음을 걷어내는 작업에 동참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치 인사가 늦어버린 이웃에게 늦게나마 인사를하듯.
조선조 말에 우리 나라에서 신흥한 종교로는 크게 동학, 증산교, 원불교가 있다. 모두 서세동점의 난국에 창교되어 우리 민족의 앞날에 대해 밝은 전망과 민중들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면서 발전된 종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재래 불교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고, 기독교를 서학(西學)이라고 부르며 그 극복을 외치기도 했으며, 모든 종교의 사상을 총섭하는 통합적 초월의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들 중 원불교는 불교에 그 사상적 기반을 두고 불교의 변혁과 생활의 개혁 등을 외치며 발전해 왔다. 특히 여러 사상들에 대해 통합적이고 융통적인 사상체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동학혁명과 청일전쟁, 서구 열강과 일제의 침략, 그리고 민족분단으로 이어지는 근ㅑ현대사의 과정을 돌아보며 가끔 "온갖 모순과 상극적 현상이 집약된 듯한 이 한반도에서, 그것도 빈천하기 이를데 없었던 전라도 영광 땅에서 원불교가 탄생한 사실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종교를 총섭하고 융통자재한 사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앙과 수행법,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 원불교가 하필 이 시기, 이 땅에 태어난 사실은 분명 이 땅에서 새로운 인간들이 나와야 된다는 요청이고, 이 땅에서 계급, 민족, 국가, 사상의 장벽들과 모순들을 타파하고 그것들을 은혜롭고 슬기롭게 통합하고 녹여내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는 운명적 요청인 것만 같다.
그리고 이 요청은 문제와 갈등의 와중에서 숱한 고통을 겪으며 그 해결을 위해 고민하던 주체들에 의해서 받아들여져야 했으니, 왜냐하면 그들이 누구보다 더 올바른 해답을 창출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해서 소태산 대종사의 탄생과 원불교라는 새 종교의 출현이 이 땅에서 이루어짐은 새로운 종교적 지평 전개와 새로운 문명 창조라는 인류사적 과제의 한 장을 열어젖힌 일대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원불교의 80년을 돌아보면 민족적 상황에 능동적으로 역할하던 초기의 생생약동하던 모습이 최근에 들어 부분적으로 약화된 듯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80년의 일천한 역사를 가진 원불교는 그동안 괄목할 만한 교세의 신장을 이뤄왔고 종교 본연의 임무와 민족 종교로서의 역할 수행에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민족 종교의 후발주자인 점을 감안한다면 교화 교육 자선의 세 방면에 걸친 고른 활동은 세인들의 평가를 윗도는 것 같다.
어느 종교학자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미국 유학 시절에 원불교를 처음 접했다. 소태산 대종사의 사상을 처음 만났다. ⋯ 도대체 왜 이렇게 늦게서야 이런 위대한 스승과 사상을 알게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 우리 나라에 있었는데 한국에선 모르고 지내다가 미국 땅에서 발견하다니 ⋯"
원불교는 우리 나라에서 발상한 종교이다. 그래서 민족 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불교라는 그릇의 크기는 이 우주를 담을 만 하다. 그래서 민족 종교라는 표현이 두드러지게 사용되지 않는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는 우리 나라에서 태어난 세계종교의 눈부신 성장을 보게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종교이기에 믿어야 하고, 우리 민족의 프리미엄을 얹어 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 우리 말로 설교를 하고 우리가 먹는 밥을 먹으며 우리 옷을 입고 우리 땅을 밟고 새로운 세계의 건설을 외쳤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원불교는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면 길룡리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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